비잔티움의 첩자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8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사전정보를 가지고 책을 읽었습니다. 행책에서 나온 SF이고 거기다 더해 세계력 6800 년대라는 목록을 보고 당연히 미래의 일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해서 우주선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만 예상과 달리 배경이 중세더군요.
비잔틴 학자들이 세계창조일을 기원전 5509년으로 보았고 그러니까 이야기가 시작되는 세계력 6814년은 서기 1305년에서 1306년 사이의 기간이더군요. 당연히 우주선이 나올 턱이 없었습니다.
시간적 배경도 그렇더니 작품 내용도 여러모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장편소설이라고 쓰여 있습니다만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서 연대기적으로 서술해놓은 중편집 같았습니다.
비잔틴의 첩자 아르길로스가 첩보원으로 활약하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몇가지 이유로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주인공이 첩자행태가 정의롭지 못합니다.
주변국, 혹은 이민족의 새로운 발명 발견을(망원경, 화약, 인쇄술) 주인공은 첩자질을 해서 빼앗고 훔칩니다. 그 와중에 믿어준 이를 죽이고 손을 잡은 첩자를 배신하기도 합니다.
물론 신사적으로 첩자행위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적성국간의 속임수, 살인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맛이 좀  쓰긴 했습니다.
가장 기분 나빴던 것은 세번째 이야기 구름기둥, 불기둥 입니다.
이 이야기는 노동에 대한 자본 혹은 권력의 승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첩보원 따위가 사회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편에 붙어서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척 하면서 결국은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태는 보기 역겨웠습니다. 너무 위험해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근로자의 일거리를 끊음으로써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그의 행동은 아주 악질적인 행동입니다.

(스포일러 조금 나옵니다.)

가장 놀랐던 이야기는 두번째 이야기, 기묘한 발진입니다. 천연두에 걸린 아내에 이어 아들까지 걸리고, 설마설마 했는데 둘다 죽더군요. 이 부분에서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뒤로 가면서 주인공의 행태를 접하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중세의 007 같습니다. 당연히 각편마다 여자가 나오고 주인공과 엮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목을 잡는 가족을 죽여야 했던 것 같더군요.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마누라를 두고 임무를 맡을 때마다 바람을 핀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 가족을 깡그리 없애버린 것 같습니다.
본드걸이 안나오는 007은 상상이 안 가는 것 처럼 말이지요.

(스포일러 끝)

비잔티움의 첩자는 모하메트가 이슬람교를 창시하지 않고 크리스트교로 개종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가정하에 전개한 소설입니다. 이런 사전 정보는 알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감안을 하고 구입을 했습니다만, 근래 중동의 일들이 자꾸 떠올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도 생각나고.(당나라가 신라까지 합병해서 한국이 없어져버렸다는 가정을 해 보면 기분이 무척 나쁘겠죠.)......
감상을 쓰고보니 혹평을 한 것 같네요. 불만을 토로했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작품은 재미있었습니다. 007이 재밌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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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8-0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아내와 아들의 죽음 말예요) 똑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속이 보이는 설정이었어요^^

깍두기 2005-08-0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똑같은 부분에서 기분 나쁘셨고....동감하는 의미에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