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 없어진 이유

달리의 고치 ㅣ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가 나오지 않는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가 처지더군요. 달리의 고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국내에 출간된 작가 아리스 중에서 달리의 고치가 제일 낫네요.(학생 아리스 시리즈 중에서는 쌍두의 악마가 좋았습니다.)

도조 슈이치는 전국에 지점을 가진 유명 쥬얼리 체인의 사장입니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쥬얼리 가게를 전국적인 규모로 키운 경영자로 달리를 좋아해서 달리처럼 수염을 기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프로트 캡슐이라는 기계에서 명상을 하는 등 괴짜의 냄새를 풍기는데 거기에 걸맞게 캡슐에서 알몸으로 죽은 채 발견됩니다.

이상한 기계 장치가 나오고, 다잉 메시지가 나오고,  알리바이 추적이 나오고, 용의자가 차례로 등장하는 등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입니다. 가끔 나오는 히무라의 장광설이 좀 지루하기는 합니다만(달리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재밌는 작품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다른 작가보다 독자와의 공정한 승부에 집착하는 편이어서 단서를 잘 제시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걸 작가의 방식으로 조합해서 범인을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그것보다는 이놈은 초반에 용의자로 떠올랐으니 범인이 아닐 거야, 이놈은 왠지 범인 같군 식으로 맞추는 게 훨씬 쉽고 적중률도 높죠. 저도 후자의 방식으로 초반에 범인을 지목했고 맞췄습니다.^^

북홀릭이 처음 일본 추리문학을 번역하기 시작했을 때 그 예정작들을 보고 회의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이게 전부 나오겠어. 나오다가 말겠지, 했는데 무서운 속도로 나와서 어느덧 44번까지 왔네요. 북홀릭의 저력에 박수를....

덧. 북홀릭 출간작 중에서 세 작품만 추천하라면 인사이트 밀, 흑백합, 제복수사를 추천하겠습니다.

예정작 중에서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이 가장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