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초반부는 뜬금없었습니다.
테러리스트가 미국의 군사기지를 점령하고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게 일본하고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안 가요.
미사일이 도쿄에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데 전형적인 일본식 호들갑입니다. 과잉반응이에요.
일본에 있는 미군부대도 아니고 미국 본토의 기지를 점령한 테러리스트들이 저 멀리 일본에 미사일을 쏠 리 없잖아요.
이 부분을 완전히 들어내 버려도 본 사건의 진행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랬으면 옥상 미사일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은 쓰지 못하게 되겠지만 말입니다.^^(테러리스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비중도 작은 편이구요. 스쳐 지나가는 풍경 역할을 할 뿐입니다만 작품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경찰이 바빠져서 치안력이 미치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설정을 했을까요. 그래야 주인공들이 경찰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테니까요.(경찰 소설도 아닌데 주인공이 뒤로 빠지고 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면 맥이 빠지긴 하겠네요.)
도쿄의 어느 고등학교, 츠지오 아카네는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괴상하게 보이는 남학생 세 명을 발견하고 말을 주고 받다가 엉겁결에 옥상부를 결성하게 됩니다. 그들은 옥상의 안전과 평화를 구실로 몇 가지 사건에 뛰어드는데 가만히 보면 이건 그들이 자초한 사건입니다. 사건이 그들에게 떨어진 게 아니라 그들이 사건을 끌어들인 겁니다.
청춘의 뜨거운 피가 몸을 들쑤셨겠지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초반은 좀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재밌게 읽은 글인데 이상하게 흠집만 잡게 되네요.
옥상 미사일은 재밌는 글입니다. 초반부가 마음에 안들어서 왜 이 글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의아했는데 후반부까지 읽어보니 이해가 되네요.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 우연한 일들이 마지막에 철커덕 톱니 물리듯 물려 돌아가는 걸 보면 아주 즐겁습니다. 이사카 코타로가 이런 식의 글을 잘 쓰죠. 이 책의 작가도 이사카 코타로처럼 잘 해냈습니다. 와, 끝내준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이 정도면 대상을 탈만 합니다.
일본 소설이 붐을 이루면서 여러 수상작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서점 대상이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작품이 꽤 되죠), 요즘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쪽이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북홀릭에서 나오는 일본 미스터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열 작품 정도 읽었는데 그 중에서 인사이트 밀, 흑백합, 덧없는 양들의 축연, 옥상 미사일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폐허에 바란다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