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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전우치전 ㅣ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7
김현양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교과서에서 보던 소설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한국 고전이 외국 고전보다 재밌네요. 그렇다고 현대 소설보다 재밌진 않습니다.(재미난 소설을 읽고 싶으면 현대 장르 소설을 택하는 게 좋을 겁니다.)
문학동네에서 요즘 세계문학전집을 무서운 기세로 출간하고 있는데(책이 참 예쁘게 나옵니다. 막 사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습니다.), 반갑게도 이번에는 한국고전문학전집을 펴냈네요. 1차 분이 10권으로 나왔는데 그 중에서 조선 후기 성 소화 전집이 제일 재밌어 보입니다.^^
이 책에는 두 편의 소설이 묶여 있습니다. 홍길동전과 전우치전.
홍길동전을 떠올리면 호부호형이 생각납니다. 호부호형은 서얼 간의 차별이라는 홍길동전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 있는 단어입니다. 이런 주제의식 때문에 호부호형이 생각나는 건 아니고 학력고사에 저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생각나는 겁니다.(답이 호부호형이었어요. 제가 시험칠 때 나온 건 아니고 몇 해 전에 나왔었습니다.)
신분 문제 때문에 집을 나온 길동은 활빈당을 조직해서 소란을 일으킵니다. 재물을 털어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지만 엄밀히 따지면 도적집단이죠. 조정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길동은 신분제도에 대한 반발로(현대적인 평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건을 일으킵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하네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결국 타협하게 됩니다.
홍길동전은 사회비판, 체제비판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전우치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분제에 대한 불만을 동인으로 움직이는 홍길동과 달리 전우치는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전우치는 장난꾸러기, 악동의 이미지를 띱니다. 읽는 내내 영화 전우치의 강동원이 생각났는데 책의 전우치가 영화의 전우치보다 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영화는 전우치 캐릭터만 따왔을 뿐 원작과는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영화에 서화담이 나왔을 때 뜬금없이 웬 서화담이냐 싶었는데 원작에도 등장하네요.
두 소설을 한 권으로 묶어서 펴낸 건 사회비판적인 판타지이기 때문일 겁니다. 도술이 등장하는 한국의 고전 판타지와 요즘 많이 소비되는 현대 판타지를 비교 분석해서 썰을 풀어놓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저는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서평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