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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스웨덴 미스터리에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이 전부 괜찮았거든요. 웃는 경관도 좋았고(경찰 시리즈 누가 내줬으면 좋겠어요.), 밀레니엄도 좋았습니다(작가가 죽은 게 정말 아쉽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가 좋았습니다.(추리 부분이 엉성하게 느껴지는 책도 있었는데 발란더가 마음에 들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출판사가 뚝심있게 다섯 작품을 번역했는데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출간이 중단되었네요.) 그림자 게임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카린 알브테옌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스웨덴에서는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조카의 딸이라고 합니다. 린드그렌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로 스웨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작가입니다.(어렸을 때 말괄량이 삐삐 참 재밌게 봤었는데 그 원작자군요.). 카린은 린드그렌을 좋은 역할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존경받는 작가가 사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면 어떨까. 그 결과 그림자 게임이라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젊었을 때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한 소설가 악셀 랑네르펠트의 가정부로 일했던 예르다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타살은 아니고 노환에 따른 자연사입니다. 예르다는 크리스토페르에게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깁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던 크리스토페르는 혹시 예르다가 자기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따져보니 그녀가 어머니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예르다는 왜 아무 관계도 없는 그에게 유산을 남겼을까. 그림자 게임은 큰 의문을 하나 던져놓고 과거와 현재를 오갑니다.
그림자 게임은 속도감 있는 글이 아닙니다. 화끈한 액션, 숨 가쁜 사건 전개, 교묘한 트릭, 뒤통수를 치는 반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띠지에는 끝까지 계속되는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적혀 있는데 제가 보기에 그림자 게임은 그런 걸 추구한 글이 아닙니다. 글을 읽어보면 저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인물을 구축해 나갑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부분이 좀 있긴 했는데 반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림자 게임은 마지막에 진상을 알려줄 때까지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갑니다. 느긋한 호흡으로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 고통을 조명합니다. 대문호로 존경받는 인물의 영향력과 그에 휘둘리고 일그러지는 주변인물의 삶을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그려 나갑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파국이 닥쳤을 때 긴 숨을 내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갖고 지켜본 등장인물의 끝이 좋지 않아서 약간 씁쓸했습니다. 행복해지길 바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