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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살인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9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구세희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5월
평점 :
학자이자 외교관인 로베르트 반 훌릭은 동양문화에 심취했던 모양이다. 아시아에서 오래 근무하는 동안 중국을 연구했고, 여러 권의 학술서를 펴냈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중국의 옛날이야기에 빠졌고 특히 판관 디 공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사건 기록을 번역하기도 했다고 한다. 추리소설 작가가 중국을 배경으로 글을 쓰면 어떨까 제안했다가 쓰는 사람이 없자 직접 썼다는데 그 결과물이 명판관 디 공 시리즈이다.(작품 해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집필 동기가 재밌어서 잠깐 언급해 봤습니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집필 동기인데, 어쨌든 덕분에 우리는 재밌는 추리 소설 시리즈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쇠종 살인자와 쇠못 살인자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공개재판이었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공개재판이 벌어지는데, 기대와 다른 식으로 재판이 흘러가면 군중이 적극적으로 야유하고 항의했다. 어떤 때는 폭동의 분위기까지 감돌아서 긴장을 고조시켰는데 호수살인자는 그런 면이 적다. 호수 살인자도 공개 재판이 벌어지지만 사건의 성격상 공개 재판에서 다룰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진행과 해결도 재판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전작들과는 다른 식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이쪽도 즐겁게 읽었다.
호숫가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에 수령으로 부임한 디 공은 연회 도중에 아름다운 기녀를 만나게 된다. 기녀는 디 공에게 마을에서 위험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한 후 시체로 발견되고 디 공은 불안한 예감에 휩싸인다. 비협조적인 마을 유지들을 회유, 협박하며 사건을 수사해나가던 그는 또 다른 기묘한 사건에 부딪치게 된다.
호수 살인자는 앞에 언급한 두 작품과는 달리 스케일이 크고 중간에 퍼즐까지 나와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중간에 나오는 퍼즐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자면 독자에게 문제를 푸는 재미를 안겨주려고 번역자가 원문을 살짝 비틀어서 실었는데(원문과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따로 실려 있기 때문에 원문 그대로를 원하는 분은 그걸 읽으면 됩니다.), 그래도 풀기는 쉽지 않았다.
이 작품에서 타오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먼저 번역된 작품에 나오는 것 같아서 조사해보다가 원서 출간 순서와 번역 순서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서는 쇠종 살인자, 황금 살인자, 호수 살인자, 쇠못 살인자 순으로 출간되었다. 디 공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이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모두 독립된 이야기라 뒤섞어 읽어도 무리는 없습니다.).
디 공 시리즈는 독특한 재미가 있으니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주의-스포일러 조금 나옵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이야기는 없어도 무방해 보인다. 책의 마지막 문장과 호응을 하기는 하지만 거의 맥거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