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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입니다. 젊은이의 일상을 발랄하게 그린 청춘 미스터리인데(소시민 시리즈라는 명칭이 붙어 있군요),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즈음 일본 미스터리가 많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두드러진 재미를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가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사이트 밀을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인사이트 밀은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클로즈드 써클을 소재로 삼은 신본격 미스터리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비현실적으로 여길 수도 있는 설정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글이었습니다.(추천작입니다.) 인사이트 밀 이후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름을 기억에 새겼습니다.
신작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앞선 언급한 두 권의 연작단편집과는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봄철과 여름철이 어두운 소재도 밝게 풀어낸 반면 이 작품은 마음이 꼬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둡게 풀어냈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호러 테이스트의 블랙 미스터리 연작 소설이라고 적혀 있군요. 개인적인 취향은 이쪽이 더 맞는데 인사이트 밀보다는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상류계급의 자제만이 가입할 수 있는 비밀 독서모임 '바벨의 모임.'과 직, 간접적으로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하인의 고백수기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결말의 서늘함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북관의 죄인-우치나 아마리는 어머니가 죽은 이후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다행히 그 집안이 딸임을 인정받지만 처지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아서 북관의 고용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성격이 괴팍해 보이는 큰오빠를 만나게 되는데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처럼 결말이 서늘합니다.
산장비문-생각했던 것과 달리 결말이 밝은(?) 편입니다. 글을 다 읽은 후에 그 덩어리가 뭔지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일본인의 심리와 관련해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았던 단편입니다. 할머니의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고 이스즈의 명예, 자부심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연작 단편의 마무리에 잘 어울리는 단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결말이 났다고 해서 아쉬울 것도 없고, 즐거울 것도 없지만 아쉬운 느낌은 드네요. 미국 작가의 어떤 단편이 언급되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