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분별력과 감수성 - 발췌 ㅣ 지만지 고전선집 390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제인 오스틴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주 언급되어서 익숙합니다. 그래서 몇 편은 읽었을 거리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한 편도 읽지 않았네요. 그 유명한 오만과 편견도 읽지 않았습니다. 3년 전에 절반 정도 읽었다가 바쁜 일이 생겨서 미뤄 둔 걸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네요. 그래서 분별력과 감수성은 처음 읽은 제인 오스틴 소설입니다. 제가 선호하지 않는 장르의 글인데 술술 잘 읽히네요.

분별력과 감수성은 대시우드 가의 두 딸을 주인공으로 그린 로맨스 소설입니다.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큰 딸 엘리너는 분별력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열정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둘째 딸 마리앤은 감수성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두 딸의 차이는 연애를 하는 태도에서 확연하게 구별됩니다.

엘리너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은 채 교제를 하는 반면에 마리앤은 주변 사람들이 다 알도록 열정적인 교제를 합니다. 글은 두 여성의 연애 궤적을 따라가면서 그 시대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연애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대목이 여러군데 나오는데 저는 그런 점은 무시하고 연애의 결말에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누가 누구와 이어질 것인가, 그들은 약혼을 했었나, 그는 왜 그녀를 떠났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약간이지만 미스터리 소설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로맨스 소설이 재밌으려면 여주(여자 주인공)와 남주(남자주인공)가 멋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엘리너와 마리앤은 마음에 드는데 상대역 남자들은 그에 비해서 매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우유부단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글이 생각 이상으로 유머러스합니다.(생각 이상이었다는 거지 유머가 넘치는 글이란 뜻은 아닙니다) 시대상황과 등장인물을 은근히 비꼬는 풍자적인 문장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당시 영국 사람이었다면 크게 웃었을 것 같네요.

덧붙임-이 책은 축쇄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