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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2 - 학살 ㅣ 밀리언셀러 클럽 71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0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킹의 초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스탠드를 꼽힙니다. 스탠드는 킹의 작품 중에서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합니다. 중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히는 그것보다도 더 깁니다. 처음 출간될 때는 너무 길다고 편집부가 일부 분량을 삭제하라고 권고했고 킹은 권고를 받아들여 손을 봤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킹은 삭제된 분량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현지에서는 걸작을 손댄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독자가 꽤 있었던 모양인데, 저는 다시 손을 본 게 마음에 듭니다. 황금가지가 펴낸 판본은 새로 나온 무삭제판을 번역한 겁니다.
2권에서 새로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존재는 죄를 뉘우칠 줄 모르는 동안의 살인자라 불리는 로이드 헨리드입니다. 킹은 압도적인 솜씨로 그를 소개합니다. 시립 구치소에 감금되는 과정, 교도관과 부딪치는 모습, 그리고 변호사와의 면담을 통해서 그의 처지와 성격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킵니다.
킹의 대단한 솜씨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몰살시킨 후의 풍경을 묘사하는 순간에도 빛을 발합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냉혹한 가지치기 부분입니다. 몇 명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아주 짤막짤막하게 보여주는데 그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스토리는 얼핏 느린 듯 보이지만 단단한 내용을 품고 착실하게 전진합니다. 1권에 등장했던 중요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닉, 스튜, 프래니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어버린 세계에 조금씩 적응하며 길을 떠납니다. 2권에서 최후보스라 불릴 만한 존재들이 베일 뒤에서 손을 내밀어 사람들을 조금씩 모으는데 그들이 모여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주요인물들이 몇 모이는 순간, 2권은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갈 길이 뭡니다. 등장인물들은 여정이 그렇게 길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만약 알았다면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 겁니다. 어쩌면 다 포기하고 아무 곳에나 눌러 앉았을 지도 모릅니다.
독자인 저는 그들의 여정이 길어질수록 신이 납니다. 재밌는 작품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