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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책
Anonymous 지음, 조영학 옮김, 이관용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도입부의 술집 장면은 로드리게스의 영화를 연상시키네요. 술집에 이방인이 들어옵니다. 뜨내기에게 적대적인 단골들은 그에게 시비를 걸고 바텐데는 술을 내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페이드 아웃, 장면은 다른 쪽으로 넘어갑니다.
감각적인 글입니다. 챕터가 짧고 이야기 진행도 빨라서 속도감이 상당한 글입니다. 등장인물도 많은데, 많은 만큼 죽어나가는 속도도 빠릅니다. 얘는 안 죽을 거야 싶은 인물이 죽고, 얘는 금방 죽게 생겼네 싶은 인물이 의외로 명이 깁니다.
수도원에서 달의 눈이라는 보석이 도난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수도원은 수사 두 명에게 보석을 회수하라는 임무를 맡겨 밖으로 내보냅니다. 보석을 훔친 자는 온갖 범죄자들이 득실거리는 산타몬데나로 보석을 가지고 갑니다. 그는 산타몬데나를 장악하고 있는 마피아 두목에게 보석을 팔려고 하는데 일이 꼬이면서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살인청부업자, 바텐데, 기억을 잃은 여자, 좀도둑, 마피아, 형사, 점쟁이, 그리고 뱀파이어처럼 비현실적인 존재까지 얽혀들면서 이야기는 산만해집니다. 넓게 펴지던 이야기가 보석을 중심으로 뭉쳐지고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치닫습니다.
작가가 시각적 쾌감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쓴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상세대가 쓴 글이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멋 부리기가 예사롭지 않은데 가끔은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읽을만 했습니다.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나았는데 사건 진행이 빠른 것치고는 몰입도고 높은 편은 아닙니다. 등장인물이 쏟아내는 농담도 그다지 웃긴 편은 아니고.
여기저기 벌여놓은 일이 결말에 수습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정밀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아닙니다. 작품의 성향을 감안하면 그게 흠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