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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2008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소설입니다. 그해 대상은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가 수상했는데 제가 만약 상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새크리파이스 쪽에 주겠습니다. 새크리파이스를 읽은 직후에 느낀 감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로드레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 중에서는 아주 생소한 분야입니다. 경기장이 아니라 도로에서 하는 사이클 경기인데 저는 랜스 암스트롱이란 선수가 고환암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프랑스 대회에서 7번 우승했다는 뉴스를 통해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별 관심이 없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소설을 읽으니 흥미가 생기네요.
로드레이스는 단순히 빨리 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략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그런 전략은 공기저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선두의 선수는 공기저항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는 반면 그 뒤에 따라가는 선수는 저항이 작기 때문에 힘을 비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팀은 에이스와 어시스트로 갈립니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에이스가 되어 어시스트의 도움과 보호를 받습니다. 어시스트는 선두에서 에이스를 보호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해서 영광을 차지하는 선수는 에이스입니다. 이 부분에서 갈등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새크리파이스는 그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내서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시라이시는 어시스트라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합니다. 골인 지점에 맨 먼저 뛰어드는 것보다는 에이스가 치고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자기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팀 동료 이바는 에이스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온 이시오와 갈등을 빚습니다.
팀의 에이스 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역사가 깊습니다. 시라이시는 이시오와 관련된 추문을 듣게 되고 그 때문에 이바를 걱정하게 됩니다. 새로운 에이스가 되기를 원하는 이바와 에이스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이시오 사이에서 묘한 긴장이 형성됩니다. 그 긴장은 모종의 사건 때문에 시라이시에게까지 불똥이 튑니다.
이시오는 좋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새크리파이스는 로드레이스를 다룬 스포츠 소설입니다. 그런데 글을 감싸고도는 미스터리 때문에 흡입력이 아주 높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로 보더라도 잘 쓴 글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