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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본의 고도인 교토에 위치해 있는 네 개 대학교에 특이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교토대학 청룡회, 리쓰메이칸대학 백호대, 교토산업대학 현무파, 류코쿠대학 피닉스. 이름만 들어도 독특한데 내용은 더 독특합니다.
이들 동아리는 귀신을 부립니다. 그들은 길이 20센지미터의 작은 귀신 1000마리를 가지고 다른 동아리와 전쟁을 벌입니다. 전쟁이라고 하면 심각하게 들리는데 사실은 놀이에 가깝습니다. 연고전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호루모라고 불리는 그 전투를 중심으로 글을 쓰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는 싱그러운 연애담입니다. 연애담의 주인공들이 호루모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긴 합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루모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프롤로그 뒤로 6편의 단편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 풍경 가모가와 (소)호루모는 현무파의 두 아가씨 이야기입니다. 양대 시즈카라 불리는 쇼코와 사다코는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 남자 친구가 없습니다.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세 가지로 가모가와 강변의 바퀴벌레 커플들, 발끝의 냉기, 남자 마음을 꼽고 기념일에는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 지낼 것을 서약합니다. 작품 성격상 서약이 지켜질 것 같지는 않네요.^^ 스토리는 예상대로 진행됩니다. 쇼코가 다른 여자를 보고 하는 평이 재밌습니다. '뭐야, 쟤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하잖아.' 요런 구절 말입니다.
두 번째 풍경 로마풍 휴일은 성격상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글 속에 등장하는 퍼즐은 많이 본 거네요.
세 번째 풍경 연애편지와 레몬은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간상의 격차 때문이더군요.
네 번째 풍경 도시샤대학 황룡진은 유일하게 호루모의 외부인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도모에는 우연히 호루모에 대해서 쓴 글을 발견하고 그게 뭔지 추적에 나섭니다. 요기에 등장하는 연애담은 조금 질척거리는 느낌이 납니다.
다섯 번째 풍경 마루노우치 정상회담은 연배가 조금 높네요. 다른 단편의 주인공들은 20살 21살 정도로 보이는데 여기 등장하는 남녀는 26살 정도로 보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들이 소개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을 이루는 호루모는 판타지인데 내용 자체는 현실적이어서 판타지라는 느낌이 잘 나지 않습니다. 도시에 사는 대학생들의 싱그러운 연애담이 주가 되는 단편집이거든요. 헌데 여섯 번째 풍경 나무 궤 사랑은 판타지 느낌이 많이 납니다. 유일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담긴 단편이기도 합니다.
호루모라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요걸 진지하게 다루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게 왜, 그리고 어떻게 시작되는지 작품 속에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배경 역할에 머물 뿐이라 아쉬웠습니다. 호루모를 주재료로 요리하면 더 맛 있는 요리가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며 해설을 읽어보니 작가의 데뷔작이 그거네요. 호무로 게임을 중점적으로 다룬 장편. 제 생각에는 이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왜 속편을 먼저 냈나 모르겠어요.(독립적인 내용이라 따로 읽어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