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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엘르 뉴마크는 평생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환갑에 그 꿈을 이루었네요. 자비 출판 했다는 걸 보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말이죠.
띠지에 향수에 비견되는 매혹적인 팩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실 그런 문구를 보면 아류작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합니다. 향수를 읽지 않아서 어떻게 비견되는지는 잘 모르겠고^^, 비밀의 요리책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루치아노는 16세기 베네치아에 사는 고아입니다. 16세기에 제대로 된 복지제도가 있을 리 없으니 삶은 힘겨울 수밖에 없겠죠. 루치아노는 시장에서 훔친 음식으로 근근이 연명합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석류를 훔치다가 총독의 요리사 페레로에게 붙들린 그는 오히려 행운을 얻게 됩니다.
루치아노는 페레로의 도제가 되어 총독의 주방에 들어갑니다. 같이 시장통을 구르던 친구는 주방장의 노예가 되었다고 힐난하지만 루치아노는 행복합니다. 하인의 숙소는 초라하지만 노숙을 하는 것보다는 낫고 무엇보다도 배를 곯을 일이 없습니다. 행복에 젖은 그는 페레로 주방장의 제자가 되어 아름다운 프란체스카와 결혼할 꿈을 꿉니다.
그런데 베네치아에 숨겨져 있다는 비밀의 책이 그의 삶은 물론 수많은 이들의 삶을 뒤흔듭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책을 갈구합니다. 늙은이는 영생을 위해서 책을 찾고, 가난한 이는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찾습니다. 어떤 이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 혹은 유지하기 위해서 책을 원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루치아노는 사랑의 물약 때문에 책을 원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프란체스카는 수녀입니다. 수녀의 삶을 즐거워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염집 여자를 유혹하는 것보다는 어렵겠죠.
루치아노는 사랑의 물약만 있으면 프란체스카와 맺어질 수 있다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은인으로 여기는 페레로 주방장을 염탐하기도 하고 총독의 동정을 엿보기도 합니다. 저 사랑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깨어지느냐 하는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 그렇게 되는군요.^^(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책은 하나인데 그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각자 욕망의 눈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겠죠. 현실성과는 상관없이 사랑의 물약 쪽이 가장 순수해 보이네요.^^
띠지 문구와 관련해서 저런 문구의 장점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독자에게 정보를 주는 장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알만한 작품을 거론해서 그 책이 어떤 성향의 책이라는 걸 짐작케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