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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94
제프리 디버 외 지음, 에드 맥베인 엮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경찰 소설로 유명한 에드 멕베인이 엮은 중편집입니다. 1권에는 두 편의 중편이 실려 있습니다. 분량이 상당해서 짧은 장편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에 실린 중편, 영원히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영원히는 언제나 기본은 하는 작가 제프리 디버의 작품입니다. 제프리 디버는 링컨 라임 시리즈로 국내에 성공적으로 소개된 작가입니다.
영원히는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입니다. 한때 월스트리트에서 일한 적이 있는 수학자 탤봇 심스는 웨스트브룩 군 경찰서에서 일합니다. 금융 범죄를 수사하려면 경찰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신분은 형사입니다만 하는 일은 회계, 통계 작업입니다. 수학자와 형사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닙니다. 당연히 동료 형사들은 그와 거리를 두고 가끔 농담의 소재로 삼곤 합니다.
자살 통계를 집계하던 탤봇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사실을 주장합니다만 강력계장인 라투어는 무시합니다. 라투어는 나쁜 형사는 아닙니다.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형사입니다. 그런 라투어에게 탤봇은 미더운 형사가 아닙니다. 약골처럼 보이는데다 숫자만 만지고 있으니 미덥지 않은 것이죠.
앞에서 말했듯 영원히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형사 탤봇과 라투어가 티격태격하며 수사를 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서로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고, 파트너가 되어가는 버디물이죠. 둘을 엮어주는 사건의 독특함을 제외한다면 많이 본 형태의 글입니다. 많이 나왔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식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위험이 있는데도 버디물이 많이 쓰이는 건 잘만 하면 재밌는 작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프리 디버는 재능있는 작가입니다. 덕분에 영원히는 식상한 작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책상물림 수학자가 강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는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닙니다.
첫 번째 중편은 존 패리스의 랜섬의 여자들입니다. 존 패리스는 생소한 작가인데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합니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중편집의 큰 매력이죠.
랜섬의 여자들에는 익숙한 느낌이 납니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젊은 연인들의 사이에 갑부 화가가 끼어듭니다. 연인 사이에는 긴장이 생기고 사건이 발생합니다. 맞죠? 익숙해 보이죠. 익숙한 곳에서 얼마나 큰 스릴을 뽑아내느냐는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존 패리스는 그 작업을 무난하게 수행했습니다.
에코 핼로런은 경매 회사에서 미술품을 감정하는 화가 지망생입니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유명한 화가 랜섬으로부터 1년 동안 모델을 서달라는 제의를 받습니다. 랜섬의 그림에 열광하던 그녀는 제의를 승낙하고 싶어합니다만 그녀의 애인 피터가 맹렬하게 반대합니다. 피터의 직업은 형사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설정인데, 의외로 스릴이 상당합니다.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요. 그런 궁금증 때문에 책장이 넘어갑니다.
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은 세 권으로 나뉘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로렌스 블록과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작품이 실린 3권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