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작

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화자의 어투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네요.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적응이 되니까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영도는 역시 이영돕니다. 그림자 자국은 그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 작품입니다. 팬들은 열광하면서 읽을 것 같고, 이영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 같네요. 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가끔 이영도 팬이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양장본 나왔을 때 나무상자 사기 위해서 뛰어들던 열광적인 팬들 보니까 팬이라는 말 더 이상 못 쓰겠더군요. 앞으로는 팬이라는 말 쓰지 않고 이영도 조금 좋아한다고 해야할까 봐요.^^

전 드래곤 라자 양반본 아직 사지 않았습니다. 박스세트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라서요. 이영도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드래곤 라자이기 때문에 언젠가 사기는 할 겁니다.

그림자 자국 서평 쓰면서 딴 얘기만 했네요. 그림자 자국은 1000년에 나올까 말까한 대 예언자의 출현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배경은 드래곤 라자 시대로부터 1000년이 지난 후입니다. 마법은 거의 잊혀졌고, 드래곤 라자와 엘프의 존재도 희미해진 시대입니다.

1000년에 날까 말까하다는 예언자는 뜻밖에도 예언을 거부합니다. 그는 예언을 청하는 자들을 모욕해가면서 끝내 예언을 거부합니다. 하지 않겠다고 뻗대면 무리수를 써서라도 입을 열겠다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 사람이 바이서스의 왕비라는 사실이 예언자에게는 불행입니다. 왕비는 그를 잡아서 고문까지 해가며 예언을 하라고 닦달을 합니다. 반면에 엘프 이루릴은 그의 예언이 빚어낼 혼란을 막기 위해서 예언을 하지 말라고 요청합니다.

그림자 자국은 챕터를 나누는 문양(책에서는 가름 그림이라고 표현했네요.)이 독특합니다. 보통은 숫자를 사용하는데 여기는 사람 한 명과 드래곤 두 마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문양에 변화가 있다고 앞머리에 적혀 있는데, 사건이 비교적 단선적인(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네요. 단순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별로 변화가 없지만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뒷부분에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문양의 변화와 거기에 따른 이야기 변화가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되면서 이해가 쉬워졌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영도 책 중에서는 그나마 결말이 친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족- 밑에 내용은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뒷부분이 복잡해진 건 타임 패러독스(혹은 미래 패러독스? 혹은 예언 패러독스?)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패러독스 싫어합니다만 이영도 님 필력이 뛰어나서 무난하게 정리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