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드 카본 1 밀리언셀러 클럽 88
리처드 K.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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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은 SF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인 사이버 펑크와 하드보일드를 결합한 소설입니다. 저는 SF와 미스터리 양 쪽을 다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두 장르 중 한 쪽만 좋아하는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하네요. 어느 요소를 떼놓고 보더라도 괜찮은 작품이기 때문에 재밌게 읽었을 거라는 추측을 합니다.

얼터드 카본의 시대적 배경은 먼 미래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뇌 속에 칩을 이식해서 모든 기억을 기록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몸이 죽어도 그 칩만 파괴되지 않으면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복제해서 칩의 내용을 다운로드 하기만 하면 됩니다. 자신의 몸이 싫으면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겠죠.

이 책의 주인공 코바치는 행성 분쟁에 투입되는 특파부대 요원 출신의 범죄자겸 탐정입니다. 무슨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책에서 분명하게 나오지는 않는데, 악질적인 범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는 체포되어 저장소에 갇힙니다. 저장소는 미래의 교도소입니다. 칩을 꺼내서 50년, 100년씩 보관하는 거죠.

처음에는 저장소에 보관하는 게 징벌이 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잠자는 거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섬뜩한 처벌이군요. 100년 후에 나오면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 겁니다. 엄청나게 바뀌었을 미래에 적응하려면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식구, 친구, 애인 등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죽었을 테니까 정 붙일 곳도 없습니다.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있습니다만 그들이 바라지 않을 뿐더러, 엄청난 돈이 소요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쨌든 코바치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것도 고향 행성에서 180광년이나 떨어진 지구에서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깨어납니다. 지구의 갑부 뱅크로프트가 돈을 써서 그를 6주간 빌린 겁니다. 사건 의뢰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

뱅크로프트의 의뢰라는 게 묘합니다. 경찰을 비롯한 모두가 자살을 했다는데 그는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는 죽은 채로 발견된 후 저장된 기억을 통해서 부활했기 때문에 자살, 혹은 살해당했을 당시의 기억이 없습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자살을 했다면 그 이유를 알아내라고 요구합니다. 

코바치는 의뢰가 내키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닥쳐올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위험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찰, 암살자, 범죄조직, 등 온갖 의심스런 자들이 엮이면서 코바치는 폭행 협박에 시달립니다.

얼터드 카본은 필립 K. 딕 상 수상작입니다. 수사과정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미래 사회의 기괴한 모습이 잘 어우러져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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