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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구속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김시현 옮김 / 비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중구속을 읽기 전에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읽어야 더 재밌을 거라는 소리에 잠깐 고민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거든요.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문학작품이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기에 따르면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개츠비가 너무 찌질해보였거든요.
결국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고 이중구속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고 더 재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렐은 대학교 2학년 때 산악자전거를 타고 홀로 산행을 하다 두 명의 괴한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다행히 성폭행은 미수에 그칩니다만 손가락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습니다. 그녀는 이 날의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로렐은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에서 일을 하며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갑니다. 자전거는 탈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과거는 거의 극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심심하지만 평온한 그녀의 삶은 죽은 노숙자의 사진을 보게 되면서 격랑에 휩싸입니다. 그녀가 폭행당하던 날 혹은 그 무렵에 자전거를 타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 그 속에 섞여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점점 사진에 집착하며 그것을 남긴 노숙자의 과거를 캐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자극적인 사건이 별로 없는데 스릴이 상당합니다.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독자를 몰입시키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대단합니다. 뒷표지에, 전율이 느껴지는 결말을 접하면 독자는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적혀 있는데 그 말 그대로입니다. 반전을 읽은 후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 참을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장면에서 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