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미스터리 그리고 성장소설.

가모우 저택 사건 1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6월

가모우 저택 사건은 일본 SF 대상 수상작입니다. 그런데 SF적인 요소가 크지는 않습니다. 쟝르를 굳이 나누자면 SF 쪽보다는 미스터리 쪽에 넣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다카시는 예비교(한국으로 치면 유명 학원인 것 같습니다)시험을 치기 위해서 동경으로 옵니다. 아버지가 소개한 허름한 호텔에 여장을 푼 다카시는 재수없게도 화재에 말려듭니다. 불에 타 죽을 위기의 순간, 같은 호텔에 묵고 있던 히라타가 그를 구해줍니다. 그래서 데리고 간 곳이 어이없게도 1936년의 동경입니다.

가모우 저택 사건은 평범한 입시생이 역사의 전환점으로 트임리프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전환점이 2.26사건인데 일본에서는 의미있는 사건일지 몰라도 저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집중해서 읽은 건 살인사건인데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와서 꽤 놀랐습니다.

현대인물인 다카시를 1936년에 갖다 놓으니까 언행이 튑니다. 주인이 하인을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대이니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카시가 맞고 주변 인물이 틀린 거지만, 바른 것과는 별개로 다카시가 버릇없어 보이는군요. 그러다 고생을 하면서 다카시는 변해갑니다. 그런 점에서 가모우 저택 사건은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F를 좋아하고 미스터리도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에 딱 들어맞는 책이었습니다.

사족-2.26사건에 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일본 군부의 주도권을 두고 황도파와 통제파가 대립을 하다가 황도파가 2월 26일에 쿠데타를 일으켜 주요 대신들을 살해하고 도쿄 관청가를 점령한 사건을 2.26사건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통제파가 이겨서 황도파의 쿠데타는 실패하는데, 어느 쪽이 이기든 역사가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제 눈에는 똘아이와 똘아이의 대립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