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초 밀리언셀러 클럽 83
조지 D. 슈먼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셰리 무어는 어릴 때 사고를 당해서 시력을 잃습니다. 그 대신인지 죽은 사람의 마지막 기억 18초를 엿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별로 쓸 일이 없는 재능인데, 수사 분야에 있어서만은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특히 살인사건 같은 경우에 말입니다.  피살자의 마지막 기억이 살인자의 얼굴일 가능성이 아주 크니까요. 물론 피살자가 죽는 순간 딴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살인자 얼굴 말고 다른 걸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겠죠.

영미 계통의 미스터리를 볼 때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면 그걸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나옵니다. 18초도 그렇습니다. 그녀가 죽은 사람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장면들이 불만입니다. 그냥 배경을 좀 설명하고 능력이 생겼다라고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어차피 과학적으로 설명해봐야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어쨌든 그녀는 능력이 생겼고, 성인이 된 후 우연히 사용했다가 경찰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경찰은 당연힌 그녀를 수사에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 와중에 그녀는 연쇄 살인범 얼 사이크스와 얽히게 됩니다.

그녀가 피살자의 시체를 확인해서 범인 얼굴을 떠올리며 바로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까, 이야기는 간단하게 끝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은 단편으로 끝나겠죠. 하지만 18초는 471쪽짜리 장편입니다. 당연히 중간 중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그녀가 피살자에게 접근하기가 어렵고 그 후로도 쉽지 않습니다.

시체를 만지려면 해당 지역의 경찰, 검시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녀의 능력을 믿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건 당연합니다. 저라도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마주치면 미친 여자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이건 생각보다 큰 장애물입니다.

관계자를 설득하더라도 문제가 남습니다. 그녀의 조언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게 드러나면 언론이 입방아를 찧어댈 게 분명합니다. 미신에 빠진 경찰 운운하며 빈정대겠죠. 그 후 재판도 걱정이 됩니다. 배심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맹인이 시체를 만져서 범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검사가 이런 주장을 하면 배심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공감의 표정을 짓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셰리가 주인공인데 사건을 수사하는 여자 형사 켈리 오쇼네시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켈리 형사가 더 마음에 드는군요.  켈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작이 나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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