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추리의 매력

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고전의 매력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1860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코넌 도일이 셜록 홈즈를 쓰기 전이군요. 오래 전 작품인데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인공 월터 하트라이트는 화가입니다.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리머리지 가 여성의 그림교사로 가게 되는데, 그림을 가르치다가 학생 로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경제적, 신분적 격차가 많이 나는데다 로라는 약혼자까지 있습니다.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에는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1800년대임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역시 사회적 제약을 떨치지 못하고 둘은 헤어집니다.

글의 흐름상 로라의 약혼자 퍼시벌은 악당 역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생각만큼 나쁜 놈은 아니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삶이 복잡해졌는데 그 단추를 잘못 끼운 건 그가 아니니, 동정의 여지는 조금 있어 보입니다. 안 좋은 흐름을 타고 끝내는 악당이 되고만 인물 같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사회제도는 위선적으로 느껴지는 구석이 꽤 있습니다. 월터와 로라의 이별, 퍼시벌이 악당이 된 이유 같은 것도 모두 저기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700쪽이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인데, 술술 읽힙니다.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매력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