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로또 당첨자

페리 이야기 - IQ 76, 인생의 진정한 로또를 찾아낸 행운아
퍼트리샤 우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페리 이야기를 읽다보면 엘저넌에게 꽃을의 주인공 찰리와 어둠의 속도의 주인공 루가 떠오릅니다.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주인공들이죠. 정신적으로는 모자랄지 모르지만 착하고 순수한 심정으로, 주변의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들과 대비를 이루는 것도 비슷합니다.

물론 다른 점도 많습니다. 찰리는 정신지체를, 루는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페리는 아이큐가 76이기 때문에 정신지체가 아닙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말입니다. 모자란 게 아니라 느릴 뿐이라는 거죠^^ 페리의 말을 십분 받아들인다하더라도 현대처럼 빠른 속도전의 사회에서 느리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이 넘쳤던 할머니나 그에게 일자리를 주었던 사장 게리, 그리고 유일한 친구 키스가 없었다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겁니다.

페리는 할머니아 단 둘이 삽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신지체라고 무시하지만 그는 행복합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그의 행복에 금이 갑니다. 친형임에도 불구하고 사촌형이라고 부르도록 강요하는 야박한 두 형과 어머니가 집을 빼앗아 갑니다. 그래도 페리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형들과 어머니가 원하는 걸 그냥 순순히 내줍니다. 그러다 1,200만불의 복권에 당첨됩니다.

천이백 만 불. 우리 돈으로 12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거액입니다. 평생 연락을 하지 않고 무시하던 형과 어머니가 당장 달려와서 살랑거립니다. 그들은 페리의 돈을 빼앗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 합니다. 하지만 페리는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때부터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갈 지 궁금해서 말이죠.

복권 당첨은 페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그런데 그게 순전히 돈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평소의 삶의 방식 때문인 듯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관심을 기울이는 그런 성정이 삶을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복권 당첨 이후 오히려 불행해진 사람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소설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그의 사랑이야기였는데 뒤로 갈수록 예상과 맞아 떨어져서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돈의 진로도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페리가 행복해졌으니, 그것으로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