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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의 유년시절 기록입니다. 단순히 어린 시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책은 50, 6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개인적 체험을 통해서 50, 60년대 미국의 문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참 잘 살았군요. 50년대 우리는 전쟁 통에 바닥에서 박박 기었는데, 미국은 풍요가 넘쳐 흐릅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문화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주 자유로울 것 같은 미국도 사상적으로는 경직된 면이 있네요. 냉전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기독교 국가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의외로 규제도 많이 하는군요. 역시 기독교의 영향 때문인 듯 보입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미국 사람들 공산당 정말 싫어하는군요. 책에 매카시즘의 광풍이 슬쩍 슬쩍 언급되는데 유머러스하게 까니까 정색을 하고 까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 닿네요.
주인공은 똘끼가 있어 보입니다. 하는 짓이나 상상하는 게 그래요. 그와 친구들, 특히 스티븐 카츠와 더그 월러비의 장난은 과해 보입니다. 카츠 같은 경우에는 범죄까지 저지르는데 유머러스한 글과 만나니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군요. 읽고 있으면 실실 웃음이 나옵니다. 정색을 하고 쓴다면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 유머 때문에 부드럽게 읽힙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볼 때는 몰랐는데 빌 브라이슨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작가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한국 기준으로 보면 열등생이고 낙제생입니다. 결석을 밥 먹듯이 하고, 성적도 좋지 않습니다. 학교 선생님들한테도 찍힌 것 같네요.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베스트셀러를 몇 권이나 낸 유명한 작가가 되어 성공했습니다. 친구들도 무난하게 성장한 것 같구요.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고, 실패를 하더라도 기회를 주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 덕분인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작가는 풍요가 주는 평온과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 같네요. 이것도 부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