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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쟝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감상을 더 쓰기 전에 불만사항을 잠깐 이야기 하겠습니다. 1권 서두에 실린 등장인물 소개는 스포일러 밭입니다. 아누비스 문의 등장인물이 좀 많긴 합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얼핏 복잡해 보이기도 하고요(구조가 복잡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소개글은 많이 지나칩니다.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흘려요. 이건 거의 스포일러 급입니다. 1권 끝부분의 스토리 전개 같은 건 독자에게 놀라움을 안겨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등장인물 소개에 다 나와버려서 놀랍지가 않아요. 재미 하나를 날려먹은 기분입니다. 스포일러를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등장인물 소개는 읽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누비스의 문은 스팀펑크 쟝르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스팀펑크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그게 뭘 뜻하는 건지는 잘 모릅니다. SF 소설을 많이 읽으면서 증기기관이 나오는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한(빅토리아 시대) 대체역사 쪽 계열의 작품이라고 내 나름대로 대충 정립을 했습니다. 특히 스팀이란(증기기관) 단어에 주목을 해서 생각한 것인데 옮긴이 해설을 읽어보니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네요^^
'아누비스의 문은 현대과학소설에서 다루는 여러 소도구들, 이를 테면 시간여행, 인간 복제, 신체 개조......당대의 테크놀로지, 즉 마법을 통해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증기기관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대체역사를 통해 현대과학기술을 재해석하는 스팀펑크의 명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증기기관하고 큰 상관은 없다는군요^^(그러면서도 이 시기를 주로 다루는 이유는 해설에 나와 있으니 관심있으시면 읽어보세요.)
저는 사실 대체역사를 과학소설 안에 포함시키는게 좀 이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과학소설은 외계인, 우주선, 광선총, 우주여행이 나오는, 뭐 이런 류의 소설이거든요(과학소설을 이렇게 좁게 보는 건 아닙니다. 과학소설이란 말을 들을 때 머리속에서 떠올리는 게 저렇다는 거죠.). 아누비스의 문이 대체역사라는 말은 아니고(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여러 소설들을 SF로 집어넣는게 개인적으로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어서 한 말입니다. 아누비스의 문을 과학소설이라고 분류하는(책 표지에 시간여행SF의 걸작이라고 쓰여 있네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판타지 쪽으로 분류하고 싶어서^^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브렌던 도일은 애쉬블레스를 연구하는 미국의 영문학자입니다. 그는 콜리지에 대한 강연을 해주면 2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에 영국으로 날아갑니다. 그를 부른 코크런 대로는 대단한 부호로 도일에게 1810년으로 가서 콜리지의 강연을 직접 보자고 말합니다. 도일은 당연히 그를 미치광이로 의심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코크런의 말을 사실이었고, 흥분한 도일은 기꺼이 그를 따라 1810년의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낙오합니다.
1800년대에 홀로 떨어진 현대인. 얼핏 생각하면, 그 동안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도일은 일단 번듯한 곳에 취직을 해서 현대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려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를 스카웃하겠다고 나선 유일한 사람은 우습게도 거지입니다. 그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거지라니, 이 대목에서 한 참 웃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다지 웃기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 상황이 상상이 가서 말입니다.
이야기는 대체로 도일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모험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마스터가 좀 멍청해 보이는 것 말고는 대부분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