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할런 코벤.

영원히 사라지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윌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형이 죽었다. 아니 사라졌다. 뛰어난 테니스 선수이자 자상한 형이었던 켄은 윌의 예전 여자친구를 강간 살해했다는 혐의로 지명수배된다. 윌은 그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형은 누명을 쓰고 살해당했으며 진범은 따로 있다고 굳게 믿는다.

어머니가 죽었다. 켄이 줄리 살해의 용의자로 지명수배된 후 웃음을 잃었던 어머니다.  마을의 경원속에 그렇게 시들어가던 어머니는 11년 후 암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윌은 사망직전의 어머니에게서 형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윌은 형의 생존소식에 당황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미 마음 속에 사망자로 새겨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숨처럼 사랑하던 동거녀 실러가 사라졌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한다는 짧은 메모만 남겨두고. 그녀가 사라진 순간 윌은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당혹감에 빠진다.

어머니의 죽음, 형이 생존 소식, 그리고 사라진 동거녀.
그때부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면서 윌을 혼란에 빠뜨린다.

이야기는 동거녀의 과거캐기와, 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두 개의 줄기를 따라 진행된다. 그 두 줄기를 따라 뼈아픈 배신과 거짓말 그리고 음모가 튀어나온다.

영원히 사라지다는 할런 코벤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충격적인 반전까지, 전형적인 할런 코벤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감정묘사였다.

예를 들어, 살인범 아들을 두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는 윌의 부모는 이사를 가지 않고 여전히 그 마을에 산다. 이사를 가면 아들을 범인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집을 지키는 것이다. 그것은 피해자 줄리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사를 가면 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고통을 참으며 딸이 무참히 살해된 집에서 살아간다. 상반된 입장에 서게 된 두 가족이 아들과 딸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스런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절절하다. 이런 감정 묘사가 좋았다.

윌의 감정 묘사도 좋았다. 과거를 캐나가는 윌에게 친구는 묻는다.
정말 과거를 알고 싶은가? 원하지 않는 과거가 튀어나오면 어쩔 것인가?
원하지 않는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차라리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는 게 좋지 않나?
이건 윌에게 큰 갈등으로 다가온다. 이런 심리적 갈등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FBI의 위협이나, 마피아의 위협보다 더 크게 그를 괴롭힌다.

재밌게 읽었다. 11시에 책을 폈다가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서 멈출 수가 없으니 가급적 휴일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