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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일 분만 더는 작가가 소설가로 데뷔하기 직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애견과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소개글에 나와 있습니다. 소개 글을 읽으니 어떤 성격의 소설일지 짐작이 갑니다. 읽다 보면 눈물이 나는 그런 소설이겠지요. 절대 훌쩍이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글을 읽었습니다. 결심대로 울지는 않았습니다만 코 끝이 찡하네요. 하마터면 울 뻔 했습니다.
주인공 가미야 아이는 패션 잡지 에디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시 커리어우먼의 전형 같은 여성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녀는 빈틈없는 편집장 호죠 게이코를 목표로 삼아 일에 전력투구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키우는 애완견 리라가 일을 하는데 가끔 걸림돌이 됩니다.
가미야 아이는 특집 기사를 쓰기 위해서 애견센터를 취재하다가 리라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그녀는 개를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살고 있는 곳이 애완견을 키우지 못하게 해서 키울 환경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의 사랑스런 눈망울을 보면서, 내일 보건소로 보내서 안락사시킨다는 소리에 개를 맡아 키우게 됩니다.
리라를 키우면서 가미야는 큰 행복을 맛봅니다. 리라와 함께 하는 산책이 즐겁습니다. 그러나 리라를 키우기 위해서 이사한 곳은 직장과 먼 교외,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마감이라도 걸리면 바빠서 정신이 없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미야는 점점 지쳐 갑니다. 동거하고 있는 고스케와의 사이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내가 왜 고스케와 리라에 얽매여 피곤한 일상을 보내야 하는가 하는 못된 생각도 가끔 합니다. 잘못된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지만 시시때때로 불만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편집 일을 하면서 알게된 꽃미남에게도 은근히 눈길이 갑니다.
고스케가 없다면, 리라가 없다면 난 자유로울텐데.
밑에 스포일러 나옵니다. 글의 성격과 책에 쓰인 소개글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지만 이런 쪽에 민감하신 분은 읽지 마세요.
보통 주인공이 이런 생각을 하면 후회할 만한 장면이 이어지죠. 일 분만 더도 예상대로 그런 장면이 이어집니다. 짐스럽게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없어지면, 혹은 없어지려 하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인생이 그렇죠 뭐.
책의 후반부를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슬픈 이별이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괴롭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슬픔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슬프지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슬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슬픔,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슬픔, 이런 종류의 슬픔이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 일분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