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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는 환타지와 어울리는 쟝르가 아닙니다.
특히 지문, 유전자, 혈흔 같은 과학적인 증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오늘날에는 더 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인 증거 없이 진행되는 미스터리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논리적인 추론이 더욱 중요합니다. 경찰이, 탐정이 범인을 추적해서 용의자를 가려내고 그가 사건의 범인임을 밝혀내는 과정이 논리적이어야 독자가 납득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에서 종종 등장한, 증거가 없어서 범인을 잡아내지 못할 경우 심리적으로 몰아가서 자폭하게 만드는 유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추리가 논리적이어야 범인이 납득(?)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는 독특합니다. 온다 리쿠는 다양한 쟝르의 작품을 썼습니다. 미스터리, 판타지, SF, 로맨스, 호러, 청춘물. 그런데 한 가지 쟝르적인 특성만 나타난 작품은 드뭅니다. 대개 복합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게 미스터리 구조인데, 그건 미스터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스터리도 정통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미스터리 속에 판타지, 호러, 같은 요소가 뒤섞여 있습니다.
불안한 동화 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불안한 동화는 미스터리이기도 하고 판타지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부터 수상쩍습니다. 다카쓰키 노리코는 신경질적인 성격의 화가입니다. 해변 별장에 그림을 그리러 간 그녀는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예감합니다. 그녀는 환생을 굳게 믿고 있으며 죽으면 다시 태어날 거라고 아들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해당합니다. 프롤로그부터 보통의 미스터리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이후 시간이 훌쩍 뛰어넘어 26년 뒤, 살해당한 노리코의 유작전이 열립니다. 마유코는 그 유작전에 놀러 갔다가 알 수 없는 환상을 보게 됩니다. 마유코는 노리코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의사체험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기절합니다. 노리코의 시체를 발견한 트라우마로 유년시절을 힘겹게 보낸 노리코의 아들 뵤는 마유코를 찾아와 환생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내 어머니의 환생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마유코와 뵤, 그리고 마유코의 상사인 선생님은 그걸 밝혀내기 위해 노리코의 과거를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노리코 살인에 대한 내용도 튀어나옵니다.
노리코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마유코는 정말 노리코가 환생한 걸까요?
글을 읽으면서 판타지가 미스터리 구조를 훼손하는 게 아닌지 걱정을 좀 했습니다. 숨겨진 사건의 진상, 그리고 살인범의 정체가 판타지적 요소로 밝혀지면 어쩌나 하고요. 그럼 재미없거든요. 걱정은 기우에 그쳤습니다. 단서와 복선이 모여서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온다 리쿠 작품은 독특해서 호오가 분명하게 갈립니다. 다행히 호응을 하는 쪽이 많아서 온다 리쿠 붐이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작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팬의 한 명으로서 반가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