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세계의 리처드

네버웨어 ㅣ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리처드는 꽤나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런던의 금융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습니다. 평범하고 안온한 그의 삶은 길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소녀를 구해주면서 비일상적이고 괴상한 삶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소녀를 구해주면서 리처드는 겉보기와 달리 런던은 두 개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상의 정상적인 세계와 비정상적인 지하세계 말입니다. 지하세계는 리처드의 삶을 통채로 흔들어버립니다. 그는 작지만 안락했던 집을 잃어버립니다. 직장은 사라졌고, 아름다운 약혼녀마저 그를 잊고 떠나갑니다.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겁니다.

리처드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그의 여정은 어쩐지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집을 찾기 위해 떠나는 주인공이 소녀가 아니라 청년이란 게 다르지만 말입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용기를 구하는 사자, 지혜를 구하는 허수아비, 감정을 원하는 깡통 나뭇꾼과 오즈를 찾아 긴 여행에 나선다면 리처드는 가족을 죽인 원흉을 찾는 도어, 괴물과 싸우고 싶어하는 헌터, 그리고 목적이 뭔지 불분명한 후작과 함께 천사를 찾아 모험에 나섭니다.

예, 그렇습니다. 네버웨어에는 천사까지 나옵니다. 천사는 구원의 상징이자 해결의 열쇠입니다. 오즈의 마법사 같이 말입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진짜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네버웨어의 천사는 진짜 천사일까요?
리처드는 천사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믿게 됩니다.
온갖 괴상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지하세계에 천사 한 명 쯤 있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더욱이 정상적인 삶을 찾아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천사 뿐이니까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인물들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됩니다. 아니 그들은 원하는 것을 원래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몰랐을 뿐이지요. 심지어 도로시까지도 집으로 갈 수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네버웨어에서는 어떨까요. 천사를 찾게 되면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게 될까요?

네버웨어는 마지막에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네가 원한 것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었는가?
그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걸 얻어는 너는 행복한가?

리처드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립니다. 스토리의 흐름상 리처드의 그런 결정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저라면 다른 식으로 결정했을 겁니다. 전 평범한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