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에 휘말린 명랑한 갱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이 작품은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속편격인 작품입니다. 독립적인 이야기라 전편을 읽지 않았어도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전편을 읽고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습니다.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의 재미는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주인공 네 명의 캐릭터가 선명합니다. 그들은 성격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그래서 하는 일도 많이 다릅니다.
맡고 있는 분야가 확실합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나루세는 거짓말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교노는 말을 아주 잘합니다. 쓸 말이 적다는 문제가 있지만 말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키코는 시간 흐름을 시계처럼 정확하게 아는 사람입니다. 운전도 아주 잘합니다.
팀의 막내인 구온은 소매치기 기술이 대단합니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고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괴팍해 보이는,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좋은 이 네 사람이 하는 일은 놀랍게도 은행강도입니다.

1장은 이들 네 명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들이 겪는 일을 일상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입니다.
강도를 만나고, 도박을 하다가 전재산을 날리고 협박을 당하는 사람을 만나니 말입니다.
교통사고의 이면을 파헤치기도 하고, 직장 동료의 미스터리한 일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본편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런 독립적인 사건들이 나중에 연결이 되면서 후반에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쟀든 이 책의 주된 사건은 유괴사건입니다. 이게 또 묘함니다.
명랑한 갱(은행강도단)이 은행을 털다가 우연히 유괴범과 마주치게 되면서 일은 복잡해 집니다.
은행강도단은 유괴사건을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합니다만 일이 자꾸 꼬입니다.
은행강도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과 대화들이 교묘하게 연결되면서 사건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사실 은행강도, 유괴는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은행강도단과 유괴범은 밉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글을 읽다보면 응원을 하게 됩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주요 특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입니다. 그의 저작을 재밌게 읽은 분들은 이 책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