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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시오미는 결혼 6년차 전업주부다. 그녀는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낸다. 이웃과의 교류도 건성이다. 아파트 일에 참가는 하지만 이웃에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나 하는 정도다. 그 이상 다가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게으름 피우는 걸 좋아한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빈둥대는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적당한 남자와 결혼했고, 원하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늦잠을 자고 심심하면 빠찡고 가게에 나가서 빠찡고를 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이게 아닌데 하는 마음이 있지만 평온한 삶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빠져 그 생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녀의 편안하지만 밍밍한 삶에 12살 소년이 들어오면서 파문이 일어난다.
책의 제목이 잠자는 라푼첼이다. 라푼첼은 그림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마녀에 의해 탑에 갖힌 라푼첼은 긴 머리를 내려 왕자를 탑 안에 들이고 사랑에 빠진다. 마녀에게 들킨 그녀는 황무지로 쫓겨나고 고생을 하다가 왕자를 다시 만나 행복해진다. 작가는 라푼첼을 시오미와 직접 연결시켰다.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다. 누구나 라푼첼에게서 시오미의 모습을 볼 것이다. 바깥 세상을 알려주는 왕자가 중1이라는 게 놀랍지만 말이다.
그녀의 사랑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녀는 책 속에서 남자는 16살 연하와 살아도 비난을 받지 않지만(사실은 비난을 받는다. 남자들도 이런 사람 욕한다. 끝에 부럽다는 얘기가 따라붙긴 하지만 말이다^^), 여자는 비난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건 그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자가 미성년자라는 거다. 28살 유부남이 12살 소녀와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진 것 같은가. 도덕적 비난은 당연한 거고 더하여 법적 처벌을 받아서 인생 종친다.(여자가 이런 짓 하면 도덕적 비난은 훨신 심할 거다. 대신 법적 처벌은 남자 쪽보다 약할 거다. 이게 또 재미있다.)
작가는 자극적인 재료를 순하게 요리했다.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인데 읽다 보면 잔잔한 느낌이 든다. 실은 좀 막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랬으면 글이 주제와는 엇나가버렸을 테지.
읽으면서 결말이 내내 궁금했다. 시오미가 라푼첼처럼 마지막에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어요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중1에 대한 사랑이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결말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이면서 무난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