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다이치 코스케가 돌아왔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그러고 보면 김전일은 할아버지를 쏙 빼닮았습니다. 우선 주변인물이 대량으로 죽어나가는 게 그렇습니다. 정말 피를 부르는 조손입니다.

주의: 스포일러 나옵니다.(이걸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죽을 사람은 다 죽은 후에 범인이 밝혀지는 것, 그리고 범인이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기 보다는 자살 혹은 사고로 죽는다는 것도 같군요. 범인에게 동정의 여지가 있는 사연이 있다는 것도 같군요. 결국 죽을 사람 다 죽은 후에(범인까지 포함해서) 사건이 해결됩니다. 어째 좀 찝찝하죠.

일단 재밌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옥문도, 팔묘촌, 그리고 악마의 공놀이 노래. 다 재밌습니다. 책도 예쁘게 나왔습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안 읽은 분은 한 권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 좀 씹겠습니다.(또다시 주의: 진짜 스포일러 나옵니다. 팔묘촌 스포일러까지 나옵니다.)

팔묘촌을 읽은 후에 경악했습니다. 죽을 사람 다 죽고, 범인까지 죽은 후에 사람들 모아놓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렇게 말합니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전 그의 황당한 발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뭐 이런 개XX가 다 있어!

정말 황당했습니다.

범인을 진즉에 알고 있었는데 사람들일 죽어나가는 걸 구경만 했다는 거냐?
기가 찹니다. 어떻게 이런 놈이 일본 최고의 명탐정이란 말인가! 이해가 안 갑니다. 편집자가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건 정말 변명에 불과합니다.

팔묘촌을 읽은 후에는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은 다시는 안 읽겠다고 결심했는데, 웬걸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나오자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왜?

결말의 놀람과는 별개로 재밌거든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를 하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노래에 따라서 살인이 일어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구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반 다인의 비숍살인사건도 생각이 나서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 작가는 노래에  따른 살인을 어떻게 그렸을 지 궁금했습니다.
다 읽은 후에 팔묘촌을 읽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밌다.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미친놈이다.'
이번에도 범인을 진즉에 짐작하고 있었답니다. xxx가 죽은 후에 짐작했데요. 말을 들어보니 짐작 정도가 아니라 확신을 하고 있었더군요. 그런데 아무 일도 안 합니다. 결국 그 뒤로 두 명 더 죽고 범인까지 죽은 후에 또 말합니다. 그걸 주변 사람들은 놀라워하면 듣습니다.
'정말 대단한 탐정이다.'
이런 분위기죠. 만약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몽둥이로 머리를 갈겨 버렸을 겁니다.
이번에도 편집자는 해설에서 긴다이치 코스케의 이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변명합니다. 전 해설자의 변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뭐 그래도 이누가미 가의 일족이 나오면 읽을 겁니다. 누차 말했듯 재밌거든요.
이번에는 다 죽은 후에 알고 있었다는 식이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