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 마음을 읽는 괴물,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복수극
카를 요한 발그렌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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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면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향수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향수의 주인공은 너무 뛰어나서 악마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후각을 타고난 사내였는데, 가면의 주인공 헤라클레스 바르푸스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났다. 그 대가인지 헤라클레스는 천형이라 불릴 만한 열악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태어난다. 두 팔은 데쳐 놓은 채소처럼 시들었고, 키는 성인이 되었어도 1미터에 미치지 못했다. 얼굴은 언청이에 혀는 갈라졌고 거기다 귀머거리 벙어리이다. 헤라클레스의 외모는 보는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어른들이 악마의 자식이라고 욕을 할 정도로 추악했다. 그런 헤라클레스를 보듬어 키우는 것은 매춘부들이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장 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불우한 자들의 처지를 가슴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그에 비해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사람들은 그 위치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추악한 욕망으로 헤라클레스의 삶을 비틀어버리는 자는 판사이고, 헤라클레스를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는 자는 성직자이다. 판사는 자신의 직분인 정의를 망각한 채 음습한 욕망을 추구했고, 사랑을 베풀어야 마땅할 성직자는 평생 단 한 권 읽은 책의 미망에 갖혀 헤라클레스를 핍박한다.

사회의 천대와 높은 자들의 핍박 속에서도 헤라클레스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헨리에테라는 존재 때문이다. 헨리에테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날 옆방에서 때어났다. 그녀는 헤라클레스의 추악한 외모와 대조적으로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녀는 헤라클레스의 빛이고 운명이다. 운명의 끈으로 묶인 그녀의 존재가 없었다면 헤라클레스는 차가운 현실에 부딪쳐 삐뚫어진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과 선한 심성도 거듭되는 불행 앞에서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헤라클레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복수를 향해 달려간다. 글을 읽는 나도 그와 함께 복수를 향해 달려간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단연 이 부분이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핍박이 세면 셀수록 복수는 달콤하기 마련이다. 그 통쾌함을 위해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라클레스가 아주 잔인하고 악랄하게 나갔으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악랄하지 않았다. 작가는 증오가 주인공을 삼켜버리는 상황을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헤라클레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증오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겠지. 그래서 그런지 글에서 서정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가면의 줄거리를 보면 아주 격렬하게 서술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더 막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고, 이 정도 수위가 적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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