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언 연대기 : 용기사 3부작 1 - 드래곤의 비상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퍼언연대기 용기사3부작 중 1부인 드래곤의 비상을 읽었다. 드래곤의 비상은 휴고상, 네뷸레상 수상작으로 이 책의 저자인 앤 맥카프리는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상을 수상했다. 용기사 3부작은 사이언스 판타지 쟝르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올 여름 쏟아져 나온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쏟아져 나올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대한 작품이 퍼언연대기였다. 훌륭하다는 소문을 많이 들어서 무척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다.

결과는 만족. 재밌게 읽었다. 헌데 기대한 것과 좀 다르기는 했다. 용기사를 다룬 작품이고, 드래곤의 비상이 나온 것이 60년대였으며, 쟝르도 남성중심적인 쟝르라(저 당시는 대개 그랬다. 현대로 올수록 성적으로 평등한 작품이 많이 나왔고, 여성적 시각을 다룬 작품도 많아지고 있다.) 당연히 남자가 활약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자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여성 캐럭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매력적이다. 남자주인공이 플라르보다 더 좋아져서 여자주인공 레사와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레사를 응원하게 되었다. 가만히 보면 플라르 이 놈, 은근히 재수없다.

배경은 먼 미래다. 인류는 은하계로 진출해서 여러 개의 식민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 중 일부가 퍼언이라고 이름붙인 행성에 정착했는데, 지구와는 연락이 끊어진 채 독자적으로 생활해 나간다.(이런 종류의 배경은 상상력을 꽤나 자극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설정의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꽤 접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어슐러 르귄의 헤인시리즈였다.)

조상들의 과학기술을 잊어가며 목가적으로 생활하던 퍼언인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퍼언 행성 주변을 돌고 있는 방랑행성 붉은 별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존재가 퍼언에 떨어진 것이다. 붉은 별은 200년 혹은 그 이상의 주기를 두고 퍼언과 아주 가까워진다. 그때 붉은 별의 생명체는 더 살기 좋은 퍼언 행성을 향해 날아온다. 퍼언인들이 사포라 부르는 이것은 생명체를 죽이고 별을 황폐하게 만든다. 퍼언인들은 과학기술을 이용 유전자 조작으로 퍼언행성의 토착생명체인 불도마뱀을 개량, 드래곤이라 이름 붙이고 사포와 맞서 싸운다. 토착생명체와 힘을 합체 외부의 침략자와 싸운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여기까지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배경이다.

드래곤의 비상은 용기사들이 사포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후의 이야기이다. 용기사와 그들이 타고 다니는 드래곤은 성채의(중세 시대의 성을 연상시킨다) 존경을 받으며 다음 사포의 침략을 대비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들이 사포를 막아낸 이야기는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이제 사람들은 사포의 침략을 그저 옛날 이야기로 치부하고, 그것을 사실이라 믿는 자들도 다시는 사포가 침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 있는 영웅은 부담스럽다. 위기의 극복과 함께 죽어버린다면 그는 길이 남을 영웅으로 역사에 추앙을 받지만 살아 남아서 부담을 주면 사람들을 영웅을 욕하기 마련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드래곤과 용기사에게 매년 산출의 1할을 떼어줘야 하는 퍼언인들이 찬사 대신 비난을 퍼붓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간은 원래 배은망덕한 동물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사포가 잊혀지면서 비난은 은근한 경멸과 멸시로 바뀐다.

400년 동안 사포가 침략하지 않자 용기사들마저도 사포의 침략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 결과 사포의 침략을 막아내야할 용굴은 쇠퇴한다. 젊은 용기사 플라르는 사포의 침략을 확신하고 이복동생과 함께 위기에 대비한다. 그는 용굴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며 참고 견딘다. 마침내 기회가 온다. 용굴모가 죽어서 새로운 용굴모를 찾아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플라르는 용굴모에 적합한 후보를 찾기 위해 루아사로 찾아가고, 레사를 만나게 된다. 그 때부터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르고 용의 간택부터 시작해서 용굴모와 용굴령의 탄생, 사포의 침략과 방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드래곤의 비상은 설정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 매력적인 설정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쉬고,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드래곤들이 훌륭한 풀롯 안에 녹아들어서 포만감 넘치는 재미를 안겨 준다. 2부 드래곤의 탐색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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