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연작단편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종신검시관에 흥미가 생긴 건 표지 때문이다. 표지가 상당히 코믹해 보였는데 표지가 글의 내용을 대변하고 있다면 글도 유쾌한 내용일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사회파 쪽으로 분류되는 요코야마 히데오가 유머스런 글을 쓰면 어떤 내용이 나올까, 흥미가 생겼다. 다 읽고 나서 보니 그렇게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다. 웃음을 짓게 만드는  대화가 가끔 오가긴 하지만 정통추리를 추구한 작품으로 분류하는 게 타당해 보였다.
작가는 매 단편마다 독자가 알아볼 수 있는 단서를 흘려준다. 마치 독자에게 범인, 혹은 진실을 맞춰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작가와 독자의 두뇌싸움, 꽤나 정통스럽다.

종신검시관에는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검시관 구라이시의 활약을 그린 연작단편이다. 헌데 구라이시의 눈으로 작품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덟편 전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구라이시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런 간접적인 방식이 구라이시의 인상을 모호하게 만드는 동시에 신비스럽게 만들고, 여ˆ揮資?묘사가 모여 하나의 인상을 만드는 순간 구라이시의 인간성이 더욱 돋보인다.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붉은 명함이었다. 단서가 명확하고 그걸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명확해서 좋았다. 눈앞의 밀실은 살인동기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그것만 빼면 좋은 작품이었고, 화분의 여자는 경찰들 사이의 감정교류를(불화든 친분이든) 들여다 보는 게 재밌었다.

두번째로 좋았던 단편은 전별이었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자살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목소리는 다 읽은 후 불쾌한 느낌이 남는 작품이었고, 한밤중의 조서는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실책은 구라이시의 인품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작품이었고, 17년 매미는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다.

띠지를 보면 영미추리소설에는 없는 따뜻함이 있다고 쓰여 있는데 글쎄, 따뜻한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재밌는 건 확실하다.

종신검시관을 읽고 요코하마 히데오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날개를 보니 세 편 더 출간할 모양이다. 잘 됐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