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작가의 글을 이제야 읽었다.

이 책으로 작가는 단번에 떠서 그 전에 페이퍼 백으로 나와서 팔라지 않던 책들까지 모조리 하드커버 판으로 새로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랜덤하우스가 우리 시대에 영향을 미친 100권의 책에도 제5도살장이 들어가 있다.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68년, 미국은 보수와 개혁,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베트남전 반대운동이 가열차게 전개되고 흑인들의 인권운동도 불 붙어서 사회가 혼란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입맛에 맞을만 했다. 특히 대학생들 입맛에.

진지하게 반전을 이야기 했다면 기성세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겠지만, 책을 유머스럽게 포장한 덕에 기성세대까지 부담없이(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읽었던 게 아닌가 싶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시간여행이 나오니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물론 대학생은 다르게 느꼈으리라. 은유를 통한 빈정거림에 통쾌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가 말하는 것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드레스텐의 폭격은 남의 일 같아서 흠 그런 일이 있었군, 같은 감정 밖에는 생기지 않았다. 2007년 한국의 독자가 읽기에는 낡은 느낌이 들었다. 일제시대 일본군의 만행 이런 걸 소재로 썼다면 감정적으로 확 와닿았겠지.

그래서 읽을 가치가 없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제5도살장은 재밌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와닿지 않지만 그가 그것을 풀어내는 솜씨, 즉 유머는 웃음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