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체인 수업 - 맥락 중심 성경 통독 52주 프로젝트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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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체인 수업

박양규2026샘솟는기쁨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려 했던 분이라면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창세기는 흥미롭게 시작합니다. 출애굽기에 들어서면서 약간의 위기를 겪지만, 어떻게든 따라갑니다. 레위기에 이르면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민수기와 신명기의 반복되는 율법 조항 앞에서 슬그머니 책을 덮게 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경 통독을 시도하고, 또 많은 분들이 같은 자리에서 멈춥니다. 문제는 의지의 부족이 아닙니다. 맥락 없이 읽기 때문입니다.




박양규 목사의 『맥체인 수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맥락 중심 성경 통독 52주 프로젝트입니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목사 로버트 머리 맥체인이 고안한 성경 읽기 계획을 뼈대로 삼되, 단순히 읽기 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순서로, 왜 이 본문들을 함께 읽는지 맥락을 짚어주는 안내서입니다.

52주, 곧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신구약 성경 전체를 맥락의 흐름 속에서 완독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맥체인 읽기 계획의 독특함은 신구약을 동시에 읽는다는 데 있습니다. 구약을 다 읽고 나서 신약을 읽는 것이 아니라, 구약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신약의 본문을 함께 읽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박양규 목사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이 설계가 얼마나 탁월한지 깨닫게 됩니다.

성경을 읽을 때 첫 책 창세기가 아니라 먼저 베드로와 바울을 만나도록 설계했습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진 박해와 고통 속에서 말씀을 붙들었던 사람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성경이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욥기와 시편, 전도서를 함께 읽습니다. 성문서라는 공통점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성경이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이후로 왜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지, 하나님은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함께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알맞게 들어맞는 성경을 읽어가도록 배치했습니다.

신약 성경의 빛 아래에서 구약 성경을 살피고, 구약 성경의 풍부한 이야기 안에서 신약 성경을 다시금 조망하게 합니다. 그 연결의 감각을 독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박양규 목사의 맥체인 수업이 가진 힘이자 매력입니다.




목차를 펼치면 이 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8개의 파트, 52개의 스텝입니다.

PART 1은 초대 그리스도인이 현대 그리스도인에게로 시작합니다. 로마의 평화와 하나님의 평화를 대비하며 성경 읽기의 문을 엽니다.

이어지는 PART 2는 인생 최대의 질문 다섯 가지를 다룹니다. 왜 인간의 삶에는 고난이 많은가, 고난은 정말 하나님의 징벌인가, 하나님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들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들을 손에 쥐고 성경을 읽으면 본문이 다르게 보입니다.

PART 3부터 PART 8까지는 하나님 나라의 수립과 전개, 이스라엘 왕국의 시작과 분열, 포로기와 귀환, 그리고 메시아의 오심까지 구약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성경 전체를 입체적으로 읽어나갑니다.

다윗의 이야기만 해도 STEP 25부터 STEP 32까지 여덟 스텝에 걸쳐 다루는데, 단순히 사건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다윗의 두 얼굴, 고난 학교의 입학과 졸업, 눈물로 걷는 왕의 길처럼 신학적 주제와 실존적 질문을 연결합니다.

읽는 내내 다윗의 이야기가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각 꼭지의 구성입니다. 맥체인 가이드로 그 주에 읽을 본문을 안내하고, 맥락 잡기로 본문의 역사적·신학적 배경을 설명합니다.

박물관 코너에서는 대영박물관 소장품 사진과 함께 성경의 배경이 된 고대 세계를 보여줍니다. 앗수르의 군사 부조, 바벨론의 유물, 당시 팔레스타인의 생활 도구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성경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종교 언어가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나침반 코너는 그날의 독서에서 붙들어야 할 핵심 방향을 짚어주고, 콘텍스트는 본문의 시대적 맥락을 한층 더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성경 읽기 표와 마지막 질문은 읽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소그룹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구성이 주는 유익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얻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경 본문을 입체적으로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알면 본문이 선명해지고, 신학적 맥락을 알면 흩어져 있던 본문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박물관 자료들은 독서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읽은 내용이 단순한 지식으로 머무르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도록 붙잡아줍니다.




성경을 이미 여러 번 통독한 분이라도 이 책과 함께 다시 읽으면 분명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늘 읽던 본문인데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었구나, 이 사건이 이 예언의 성취였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이 독서 내내 이어집니다.

처음 성경을 읽는 분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길잡이가 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이 책은 친절하고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목회자에게는 또 다른 유익이 있습니다. 각 스텝의 맥락 잡기와 콘텍스트는 그 자체로 설교 준비의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익숙한 본문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 대영박물관 소장품이 열어주는 역사적 상상력, 신구약을 가로지르는 주제의 연결. 이 자료들은 설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설교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도들과 함께 일 년 동안 이 책을 교재로 삼아 성경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합니다. 소그룹 나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질문들 덕분에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에필로그 제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29세 맥체인 목사가 남긴 것. 로버트 머리 맥체인은 29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성경 읽기 계획은 거의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성경 읽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짧은 생애, 그러나 깊은 유산. 그 유산을 한국 독자들에게 맥락이라는 열쇠와 함께 건네주는 것이 이 책이 하는 일입니다.

성경과 이 책을 나란히 펼쳐 두십시오. 맥락이 열리면 성경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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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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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 『싸움의 교양』을 읽고

싸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싸움을 통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쥐려는 싸움, 협상 테이블 앞에서의 싸움, 관계 안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때로는 물러서야 하는 싸움. 전장(戰場)은 군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발을 딛는 일상이 곧 전장입니다.




이클립스가 쓴 『싸움의 교양』은 그 일상의 전장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부제는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꽤 도발적입니다.

원하는 것은 분명한데 매번 빈손으로 물러서는 사람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이 제목 안에 이미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전략가들에게서 훔쳐 온 갈등·경쟁·생존의 지혜로 그 질문에 답합니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됩니다. '간파', '장악', '심전', '불패. 각 파트는 독립적으로 완결됩니다. 목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챕터를 골라 펼쳐도 좋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싸움이 올 때마다 꺼내는 책'으로 만들었다고 밝힙니다. 그 말이 허풍이 아님을 읽으면서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파트 '간파'는 판을 읽는 법입니다. 협상에서 밀리고 있을 때, 조직의 역학이 읽히지 않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 때 꺼내라고 합니다.

싸움에서 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판을 보지 못해서입니다. 판을 읽어야 판을 움직일 수 있고, 판을 움직여야 상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순서를 철저히 지킵니다.

두 번째 파트 '장악'은 주도권을 쥐는 법입니다. 프로젝트의 흐름을 내가 이끌어야 할 때, 경쟁에서 우위를 만들어야 할 때 필요한 챕터들이 여기 있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표지의 문장이 여기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어떤 '척'을 내보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 결국 전략은 실력이기 이전에 연출이라는 사실을 이 파트는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세 번째 파트 '심전'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같은 사실을 다르게 보이게 해야 할 때입니다. 설득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라는 것을 이 파트는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그것이 심전(心戰)의 핵심입니다.

네 번째 파트 '불패'는 끝까지 남는 법입니다. 조직이 뒤집어졌을 때,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 이긴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꺼내라고 합니다.








이기는 것보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내는지, 역사 속 전략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냅니다.

책의 곳곳에는 'Insight 박스'가 있습니다. 전략가의 사상을 본문에서 소개했다면, Insight 박스는 그것을 지금 독자의 상황에 비춰보는 공간입니다. "이것이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고 멈추고 적용하는 리듬, 그 리듬이 이 책을 실용서로 만드는 힘입니다.




저자는 '한 챕터, 일주일'을 권합니다. 챕터 하나를 읽는 데는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20분이 아니라 그 20분이 심어놓은 질문입니다.

정면으로 가면 왜 지는지를 읽었다면, 일주일 동안 자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벽이 무엇인지 보라고 합니다. 이 제안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빠르게 완독하는 것보다, 한 챕터를 삶에 천천히 녹여내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입니다.

해박하되 무겁지 않습니다. 손자, 마키아벨리, 클라우제비츠를 넘나들면서도 문장은 간결합니다. 역사와 전략의 언어를 지금 우리가 사는 가정과 학교와 회사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어렵게 쓰면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쉽게 써야 진짜 아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부, 철학, 심리학, 사랑을 이전 네 권에서 다뤘습니다. 다섯 번째 책은 인간 사는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문법을 다룹니다.

그 여정을 따라온 독자라면 이 책에서 한 단계 더 깊어지는 감각을 느낄 것입니다.

삶이 전장이라면, 우리에게는 교양이 필요합니다. 싸움의 교양.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싸움을 제대로 읽고 버티고 살아남는 힘. 이 책은 그 힘을 갖추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단단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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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 미술관·박물관 전시해설 전달과 대화법
박은주 지음 / 미진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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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박은주2026미진사

전시장의 차가운 벽면 사이로 작품의 숨결을 불어넣는 이들이 있습니다. 도슨트라 불리는 그들은 예술과 대중을 잇는 가교입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 도슨트의 해설은 때로 작품 그 자체보다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박은주 저자의 『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는 바로 그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명력을 더하는 법을 담고 있습니다. 도슨트 스피치의 'A부터 Z까지'를 집대성했다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방대한 안내서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다정한 시선입니다. 20년 넘게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스피치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정작 책 속의 언어는 권위적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예비 도슨트들과 더 나은 소통을 꿈꾸는 현직자들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줍니다. "모르겠니? 사랑이야"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예술을 향한 애정이 책 전체의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도슨트의 말하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작품 속으로 초대하는 정성스러운 환대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글말을 입말로 바꾸는 기초적인 훈련부터 발음, 톤, 비언어적 요소까지 촘촘하게 짚어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어법들을 바로잡아주는 대목에서는 도슨트로서 갖춰야 할 품격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도슨틉니다?"와 같이 문장 끝을 올리는 습관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좀 틀려요"처럼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하는 실수를 조목조목 짚어냅니다.


"저희는 이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배우며 타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를 익힙니다.


이러한 세밀한 교정은 도슨트가 전해주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전시의 흐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배려입니다.


저자는 아나운서 준비생부터 현직 앵커까지 지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충'이라는 해충을 몰아내고 또렷한 입모양과 호흡으로 말을 내뱉는 즐거움을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압도적인 분량의 사례와 실습 문제입니다. 360여 개의 사례와 120여 개의 연습 문제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미술관 복도에서, 혹은 박물관 진열장 앞에서 실제로 마주할 법한 상황들이 구체적인 예시 문장과 함께 제시됩니다.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함께 전시장을 거닐며 직접 말을 내뱉어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대충이라는 해충"을 몰아내고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는 과정은 즐거운 놀이처럼 다가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진정성은 말과 삶이 일치할 때 생겨나는 영적인 저력입니다.


텍스트 너머의 서브텍스트를 읽어내고, 자신의 목소리에 진심을 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도슨트라는 직업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길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단순히 목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과 일치하는 진실한 음성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낯선 개념을 익숙한 사물에 빗대어 설명하는 '아모르 키' 기법은 이 책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이 작가는 선을 아주 얇게 썼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마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종이 위에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지요"라고 표현할 때, 관람객의 상상력은 비로소 깨어납니다.


관람객의 감상을 단계별로 이끌어내는 '스캐폴딩' 질문법 역시 타인의 세계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지혜로운 소통의 기술입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도슨트는 단순한 설명가를 넘어 예술적 체험의 동반자가 됩니다.









관람객과의 대화를 다루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답변에 호응하며, 리액션을 건네는 일련의 과정은 전시해설이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상호적인 소통임을 일깨워 줍니다.


"호응 4종 세트"와 "다섯 가지 기본 리액션"은 도슨트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팁입니다.









특히 관람객이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며 동의를 표하는 '되풀이하기' 기술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경청하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관람객의 투박한 표현을 도슨트가 더 풍성한 언어로 다듬어 다시 돌려줄 때, 그 대화는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이 됩니다. 이러한 리액션 기술은 인간관계의 온도를 높여주고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저자는 관람객이 침묵할 때조차 그 침묵을 어떻게 수용하고 기다려주어야 하는지, 해설을 듣지 않는 관람객에게는 어떤 배려를 보여야 하는지까지 세심하게 조언합니다. 그 따뜻한 조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책은 해설 전의 리허설부터 해설 중의 돌발 상황 대처,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클로징까지 전시해설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마이크 사용법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저자의 꼼꼼함에서 전문가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부록에 수록된 도슨트 면접 기출 질문과 합격 팁은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지도와 같습니다.


도슨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도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더라도 말하기와 글쓰기,


혹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문장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빛은 언제나 무너진 틈 사이로 들어온다는 문장을 떠올려 봅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말하기가 누군가에게는 예술을 만나는 빛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박은주 저자의 이 다정한 교과서가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더해주기를 소망합니다.


전시장의 공기를 바꾸고 관람객의 가슴에 예술의 씨앗을 심는 모든 도슨트에게 이 책이 든든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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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서두르지 않는다 - 빛과 바람이 들려준 삶의 문장들
김산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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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더 빨리 결과를 내고, 더 빨리 성공하고, 더 빨리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24시간 우리를 세상과 연결하고, 그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불안해집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 이 속도의 문화 안에서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 지침이 어디서 오는지조차 생각할 여유를 잃어버린 채로.


김산들의 『계절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책입니다. 스페인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자연의 시간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IMF를 겪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도로 떠났습니다. 낯선 땅에서 스페인인 남편을 만났고, 결혼 후 스페인에 정착해 지중해 작은 마을에서 살며 자연의 시간 안에서 삶을 기록해 온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 기록입니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계절마다 그 계절이 가져다주는 자연의 변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봄은 기다림 끝에 서로를 알아보는 계절, 여름은 뜨거울수록 더 깊이 뿌리내리는 계절, 가을은 조금 덜 가져도 충분한 계절, 겨울은 비워야 다시 타오를 수 있는 계절로 불립니다.

계절 하나하나에 붙인 이 소제목들만으로도 저자가 자연을 어떤 눈으로 읽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봄 챕터에서 저자는 아무도 몰랐던 나무가 데려온 봄을 이야기합니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보였던 나무가 봄이 되자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꽃을 피웁니다.

저자는 그 장면 앞에서 멈춥니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기다림이 곧 준비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 나무가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새들에게도 보릿고개가 있다는 챕터에서는 봄이 오기 직전 먹이가 가장 귀해지는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문턱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통과하는 새들. 그 장면이 인간의 삶과 겹쳐집니다.




여름 챕터에서는 고산 평야의 물의 법칙, 발끝 아래의 세계, 이 숲은 처음부터 푸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나무처럼, 가장 혹독한 계절이 오히려 가장 깊은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저자는 자연에서 배웁니다.

고슴도치가 알려 준 것이라는 챕터도 인상적입니다. 작고 느린 존재가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저자는 속도가 아닌 방향의 문제를 생각합니다.

가을에는 덜어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을을 열매는 선착순, 친애하는 사냥꾼 아저씨에게, 점점 작아지는 우리들의 식탁.

가을은 채우는 계절이 아니라 비워내는 계절임을, 덜 가져도 충분하다는 것을 자연이 먼저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식탁은 작아지고, 그 작아진 식탁 위에서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발견합니다.




겨울 챕터는 이 책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깊은 부분입니다. 장작이 타는 동안 나에게 묻다, 그리움에서 시작된 손맛, 못 가르친 게 아니라 기다린 것. 비워야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겨울의 언어가 사람의 언어가 됩니다.

가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챕터에서 저자는 가장 단단한 말을 가장 조용하게 합니다.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깊이 누리는 것. 그것이 겨울이 가르쳐 준 삶의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느리게 살아야 한다고, 덜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다만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이 느낀 것을, 자신이 살아낸 것을 담담하게 씁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깊이 독자 안으로 들어옵니다. 설득하지 않으면서 설득하는 글입니다. 주장하지 않으면서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문장도 그렇습니다. 정갈합니다. 꾸미지 않습니다. 자연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자연을 닮아 있습니다. 과잉이 없고, 여백이 있습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잠시 멈추게 됩니다. 다음 챕터로 바로 넘어가지 않고 방금 읽은 문장 하나를 조용히 되새기게 됩니다. 이런 독서 경험을 주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각 계절의 끝에는 그 계절에 어울리는 요리가 실려 있습니다. 봄날의 들풀 밥상, 어름을 이겨 내는 맛 가스파초, 고산에서 배운 버섯 요리, 비스타베야의 겨울 수프.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만들어진 계절과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있습니다.

음식이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 작은 코너들이 잘 보여줍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았습니다. 창밖을 보았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그 장면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이 책이 한 일이 그것입니다. 속도에 함몰된 시선을 잠깐 멈추게 하는 것. 우리가 잊고 있던 느린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것. 자연의 시간이 인간의 시간보다 더 오래되고 더 깊다는 것을 조용히 상기시켜 주는 것.

김산들의 『계절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곁을 내어주는 자연을 이야기합니다. 봄은 반드시 오고, 여름은 뜨겁게 타오르고, 가을은 조용히 비워내고, 겨울은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합니다.

그 계절의 리듬 안에서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니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지 않으면서 말합니다.

속도를 잠깐 내려놓고 싶은 분에게, 지금 무언가에 지쳐 있는 분에게, 자연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은 분에게 권합니다. 이 책은 달리기가 아니라 산책입니다. 그 산책의 끝에 조금 더 넉넉해진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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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더의 언어 공식
윤상명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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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많이 한다고 언어가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말을 아끼고, 정확하게 쓰고, 적절한 순간에 꺼내는 사람이 공간을 장악합니다. 윤상명의 『1% 리더의 언어 공식』은 그 단순하지만 쉽게 몸에 익지 않는 진실을 비즈니스 현장의 언어로 풀어낸 책입니다.




저자는 1조 5천억 원의 성과를 만들어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니다. LG유플러스에서 B2B 입찰 제안 컨설턴트로 일하며, 대한민국 1% 리더들이 위기와 기회의 순간에 구사하는 언어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관찰하고 다듬어온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 긴 관찰의 기록입니다. 이론서가 아니라 현장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책은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찰의 기록, 품격이라는 방패, 논리라는 창, 조직을 춤추게 하는 마법, 리더의 습관. 제목만 보아도 저자가 리더의 언어를 단순한 화술 기술이 아닌 인격과 습관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패와 창이라는 메타포는 표지 디자인과도 맞닿아 있는데, 리더의 언어에는 자신을 지키는 기능과 상대를 설득하는 기능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저자의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첫 챕터에서 저자는 하수는 말로 애쓰고 고수는 행동으로 증명한다는 명제로 문을 엽니다. 임원들의 대화에는 형용사가 없다는 관찰도 이어집니다.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는 말 대신 숫자와 사실로 말하는 습관. 리더의 언어는 수식어를 걷어낼수록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답을 찾게 이끄는 소크라테스식 질문, 타이밍을 놓친 결정은 오답이라는 결단의 언어, 모든 책임은 내가 집니다라는 책임의 언어까지. 첫 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됩니다.




두 번째 챕터 품격이라는 방패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입니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목소리 톤을 낮추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분노를 크게 표출할수록 상대에게 힘을 빼앗긴다는 역설. 회의실 공기를 바꾸는 첫 문장의 무게감이나 권위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배어 나오는 것이라는 통찰도 오래 남습니다. 이 챕터는 말의 기술보다 말하는 사람의 내면 상태를 먼저 다룬다는 점에서 깊이가 있습니다.


세 번째 챕터 논리라는 창에서는 구체적인 언어 공식들이 등장합니다. 숫자로 증명하고 스토리로 공감하라는 설득의 기술, 반대 의견을 긍정적인 대안으로 전환하는 YES, IF 화법이 눈에 띕니다. 특히 STAR 법칙, 즉 상황(Situation), 과제(Task), 행동(Action), 결과(Result)의 구조로 성과를 말하는 방식은 실용적입니다.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언어 틀입니다. 주장하지 않고 구조로 말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얻는 언어의 핵심을 짚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I MESSAGE의 힘도 이 책에서 다시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문제라는 메시지 대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느낀다는 주어의 전환. 하버드의 OREO 법칙도 마찬가지입니다. Opinion, Reason, Example, Opinion의 구조로 말을 정렬하면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고, 설득보다 소통이 먼저 이루어집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개념들이지만 책의 맥락 속에서 다시 읽으니 훈련의 필요성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네 번째 챕터 조직을 춤추게 하는 마법은 리더십 언어의 에너지 차원을 다룹니다. 심리적 안전감과 공감의 언어, 디테일한 칭찬의 기술, 피드백의 온도를 조절하는 GPS 화법, VUCA 시대의 프라임 언어까지. 조직원의 멘탈을 붙잡는 언어는 공허한 격려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방향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저자는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마지막 챕터 리더의 습관에서 책은 언어를 체력의 문제로 확장합니다.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을 빌려 리더의 언어는 태도에서 나오고 태도는 습관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체력의 언어라는 소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말의 무게를 버텨내는 것은 루틴과 뇌과학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비움과 채움의 멘탈 관리, 끊임없이 톱날을 가는 습관, 기꺼이 깨지고 배우는 성장의 언어까지. 언어 훈련이 결국 자기 관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마지막 챕터가 잘 정리해 줍니다.




책의 구성도 실용적입니다. 각 챕터 끝마다 리더의 언어 체크리스트와 실천적 요약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반복해서 펼쳐볼 수 있는 훈련 교재가 됩니다. 부록으로는 상황별 리더의 언어 치트키 30선과 내면을 채우는 휴식과 영감의 플레이리스트도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독자에게 지식이 아니라 변화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도가 구성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가볍지만 중요한 내용으로 꽉 찬 무거운 책입니다. 얇고 읽기 쉽지만, 덮고 나면 자신의 말버릇과 언어 태도를 점검하게 됩니다.

목사로서, 또 설교자로서 저는 언어를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입니다. 설교단에서의 언어만큼 일상의 언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하수는 말로 애쓰고 고수는 행동으로 증명한다는 첫 문장이 책을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입니다. 언어를 훈련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훈련하는 일입니다. 리더십에 관심 있는 분들, 특히 말 한마디가 조직과 관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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