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보이는 건축
방명세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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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보이는 건축
사람이 보이는 건축
방명세2026나비의활주로


건축가가 쓴 책이라고 해서 집이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이 책은 그 기대를 조용히 빗나갑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건물보다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이 저자 방명세가 평생 건축을 통해 하려 했던 말이고, 이 책이 독자에게 조용히 건네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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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Root, Field, Essence, Legacy, Sketch. 뿌리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사유로, 사유에서 유산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펜끝의 풍경으로 흘러갑니다. 목차 자체가 한 건축가의 삶의 결을 따라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순서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저자의 걸음을 함께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성북동 산동네 골목을 누비며 공간 감각을 익혔고, 낙서하다가 건축을 만났다고 고백합니다. 그 고백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대단한 출발이 아니었습니다. 골목의 질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 햇볕이 드는 방향, 그런 것들이 몸에 먼저 새겨졌고, 그것이 나중에 건축가의 눈이 되었다고 합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방식이 이 책 전체의 문체입니다.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설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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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정림건축에 공채로 입사해 설계, 기획, CM까지 한 조직에서 여러 자리를 옮기며 건축의 다른 면들을 두루 보았습니다. 보통의 건축가라면 설계실 안에 머물렀을 시간을, 저자는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코이카 사업을 통해 아이티, 콩고, 볼리비아, 에티오피아, 파라과이, 과테말라 등 10여 개국의 현장을 다니며 출장 수첩에 메모하고 스케치했습니다. 20년간 쌓인 수첩이 20권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그 수첩들은 2025년 개인전 '또 다른 시선'이 되었습니다. 건축가이기 전에 기록하는 사람이었고, 기록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현장에서 건물이 아닌 사람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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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챕터의 소제목들을 보면 그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광양, 처음으로 사람이 보이다', '아산, 집을 짓고 함께 울다', '파라과이, 팬데믹에도 떠나지 않은 사람', '콜롬비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나라 이름 뒤에 건물 이름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옵니다. 건축 현장 기록이라기보다 사람 현장 기록에 가깝습니다. 볼리비아 해발 4,150미터에서의 약속, 에티오피아에서 70년 전 은혜를 돌려주는 이야기. 그 소제목들만으로도 읽는 이의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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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반부에 소명, 성품, 역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이것을 전문 건축가의 3C라고 부릅니다.


역량에 난 구멍은 경험으로 막을 수 있고, 성품에 난 구멍은 사람을 만나며 깎이고 다듬어져 막힌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량과 성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자리를 막는 것이 소명이라고 했습니다.


건축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사람은 이 세 가지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을 이 건축가는 현장에서 배웠고, 책에서 조용히 나눠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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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신앙이 책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그러나 설교하지 않습니다. 신앙을 내세우거나 증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현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 소명을 이해하는 태도,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자리에서 그 신앙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배어납니다.


소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거창한 언어로 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온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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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본문까지 저자가 직접 그린 펜 드로잉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따로 놀지 않습니다. 글이 담지 못한 현장의 온기를 그림이 채워주고, 그림이 설명하지 못한 맥락을 글이 붙들어 줍니다.


Sketch 챕터에 담긴 필드 스케치와 출장 수첩의 장면들은 단순한 삽화가 아닙니다. 수십 년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기록한 사람의 시간이 그 안에 쌓여 있습니다. 그림 한 장 한 장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Legacy 챕터도 인상적입니다. 목양교회, 시드볼트, 평창 개폐회 식장, 삼일빌딩. 각각의 건축 이야기가 단순한 프로젝트 소개에 머물지 않습니다. 영혼을 위로하는 건축, 다음 세대에 건네는 건축, 오래된 건물에 내일을 잇는 건축.


건축을 유산의 언어로 읽어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짓는 것이 단지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잇고 사람을 남기는 일임을 저자는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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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의 제목이 '겨울을 난 보리'입니다. 뒤표지의 추천사에도 비슷한 문장이 있습니다. 가을에 파종한 보리처럼, 추위를 견뎌내어 더 단단해진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책 전체가 그 문장을 향해 걸어가는 느낌입니다. 화려하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절 못 하는 성격이 만든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사람, 쓰이지 않은 경험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정성이 가득한 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잘 만들어진 책이기도 하지만, 잘 살아온 사람이 쓴 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습니다. 사람이 보이는 건축은 결국 사람이 보이는 삶에서 나온다고, 이 책은 말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건축가의 이야기이지만, 자기 자리에서 소명을 붙들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이기도 합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조용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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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힘 - 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
김주성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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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510통의 생일 축하 전화, 200회 이상의 함께한 식사, 300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마음. 50회 넘던 노사협상이 5회로 줄어든 변화.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600일 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사람을 향해 걸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발자국입니다.




저자 김주성은 노원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합니다. 그가 마주한 조직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불신이 쌓이고, 갈등이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 현실 앞에서 거창한 혁신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대신 동료라고 불렀습니다. 생일이 되면 전화를 걸었습니다.




면담을 시작하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GROW 기법으로 만든 질문지를 먼저 동료들에게 보냈습니다. 회신한 분들에 한 해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회신율이 96퍼센트였습니다.

그 숫자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사람은 말하고 싶다는 것. 특히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것. 다만 말할 창구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

96퍼센트라는 숫자는 통계가 아니라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였습니다.




이 책은 그 600일의 기록입니다.

1부 '혼란과 마주하다'에서는 얼어붙은 조직을 처음 대면하는 낯섦과 당혹감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2부 '관계의 회복과 문화의 탄생'에서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어떻게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3부 '지역과 함께 성장하다'는 조직의 변화가 지역사회로 번져나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4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는 변화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변화는 조직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을 확충하고 수영 프로그램을 늘렸습니다. 지역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직장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썼고, 혼자 근무하는 분들에게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성과를 먼저 챙기지 않았습니다. 가장 작은 자리에 있는 사람,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먼저 돌아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셨던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은 그 책의 언어였지만, 그 정신은 훨씬 오래된 곳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의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침묵이 대화가 된 시간.'

그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요약합니다. 저자 스스로 8장의 제목을 '미완이지만 계속되는 변화'라고 붙였습니다. 성공 신화를 쓰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리더십 이론서가 아닙니다. 현장의 기록입니다.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특히 새로 부임했거나 지금 조직이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실천이 쉽다는 뜻이 아닙니다. 배우고 얻은 것을 자기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일은 언제나 각자의 몫입니다.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분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결국 조직이란 사람이고, 사람은 이름으로 불릴 때 비로소 존재로 대접받는다는 것을 이 책은 600일의 언어로 증명합니다.

무엇을 바꾸려 했던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먼저 곁에 있으려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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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체인 수업 - 맥락 중심 성경 통독 52주 프로젝트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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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체인 수업

박양규2026샘솟는기쁨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려 했던 분이라면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창세기는 흥미롭게 시작합니다. 출애굽기에 들어서면서 약간의 위기를 겪지만, 어떻게든 따라갑니다. 레위기에 이르면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민수기와 신명기의 반복되는 율법 조항 앞에서 슬그머니 책을 덮게 됩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경 통독을 시도하고, 또 많은 분들이 같은 자리에서 멈춥니다. 문제는 의지의 부족이 아닙니다. 맥락 없이 읽기 때문입니다.




박양규 목사의 『맥체인 수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맥락 중심 성경 통독 52주 프로젝트입니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목사 로버트 머리 맥체인이 고안한 성경 읽기 계획을 뼈대로 삼되, 단순히 읽기 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순서로, 왜 이 본문들을 함께 읽는지 맥락을 짚어주는 안내서입니다.

52주, 곧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신구약 성경 전체를 맥락의 흐름 속에서 완독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맥체인 읽기 계획의 독특함은 신구약을 동시에 읽는다는 데 있습니다. 구약을 다 읽고 나서 신약을 읽는 것이 아니라, 구약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신약의 본문을 함께 읽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박양규 목사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이 설계가 얼마나 탁월한지 깨닫게 됩니다.

성경을 읽을 때 첫 책 창세기가 아니라 먼저 베드로와 바울을 만나도록 설계했습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진 박해와 고통 속에서 말씀을 붙들었던 사람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성경이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욥기와 시편, 전도서를 함께 읽습니다. 성문서라는 공통점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성경이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 이후로 왜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지, 하나님은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함께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알맞게 들어맞는 성경을 읽어가도록 배치했습니다.

신약 성경의 빛 아래에서 구약 성경을 살피고, 구약 성경의 풍부한 이야기 안에서 신약 성경을 다시금 조망하게 합니다. 그 연결의 감각을 독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박양규 목사의 맥체인 수업이 가진 힘이자 매력입니다.




목차를 펼치면 이 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8개의 파트, 52개의 스텝입니다.

PART 1은 초대 그리스도인이 현대 그리스도인에게로 시작합니다. 로마의 평화와 하나님의 평화를 대비하며 성경 읽기의 문을 엽니다.

이어지는 PART 2는 인생 최대의 질문 다섯 가지를 다룹니다. 왜 인간의 삶에는 고난이 많은가, 고난은 정말 하나님의 징벌인가, 하나님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들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들을 손에 쥐고 성경을 읽으면 본문이 다르게 보입니다.

PART 3부터 PART 8까지는 하나님 나라의 수립과 전개, 이스라엘 왕국의 시작과 분열, 포로기와 귀환, 그리고 메시아의 오심까지 구약의 역사적 흐름을 따라 성경 전체를 입체적으로 읽어나갑니다.

다윗의 이야기만 해도 STEP 25부터 STEP 32까지 여덟 스텝에 걸쳐 다루는데, 단순히 사건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다윗의 두 얼굴, 고난 학교의 입학과 졸업, 눈물로 걷는 왕의 길처럼 신학적 주제와 실존적 질문을 연결합니다.

읽는 내내 다윗의 이야기가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각 꼭지의 구성입니다. 맥체인 가이드로 그 주에 읽을 본문을 안내하고, 맥락 잡기로 본문의 역사적·신학적 배경을 설명합니다.

박물관 코너에서는 대영박물관 소장품 사진과 함께 성경의 배경이 된 고대 세계를 보여줍니다. 앗수르의 군사 부조, 바벨론의 유물, 당시 팔레스타인의 생활 도구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성경의 이야기는 추상적인 종교 언어가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나침반 코너는 그날의 독서에서 붙들어야 할 핵심 방향을 짚어주고, 콘텍스트는 본문의 시대적 맥락을 한층 더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성경 읽기 표와 마지막 질문은 읽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소그룹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구성이 주는 유익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얻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성경 본문을 입체적으로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알면 본문이 선명해지고, 신학적 맥락을 알면 흩어져 있던 본문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박물관 자료들은 독서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읽은 내용이 단순한 지식으로 머무르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도록 붙잡아줍니다.




성경을 이미 여러 번 통독한 분이라도 이 책과 함께 다시 읽으면 분명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늘 읽던 본문인데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었구나, 이 사건이 이 예언의 성취였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이 독서 내내 이어집니다.

처음 성경을 읽는 분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길잡이가 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이 책은 친절하고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목회자에게는 또 다른 유익이 있습니다. 각 스텝의 맥락 잡기와 콘텍스트는 그 자체로 설교 준비의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익숙한 본문을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 대영박물관 소장품이 열어주는 역사적 상상력, 신구약을 가로지르는 주제의 연결. 이 자료들은 설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설교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도들과 함께 일 년 동안 이 책을 교재로 삼아 성경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합니다. 소그룹 나눔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질문들 덕분에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에필로그 제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29세 맥체인 목사가 남긴 것. 로버트 머리 맥체인은 29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성경 읽기 계획은 거의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성경 읽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짧은 생애, 그러나 깊은 유산. 그 유산을 한국 독자들에게 맥락이라는 열쇠와 함께 건네주는 것이 이 책이 하는 일입니다.

성경과 이 책을 나란히 펼쳐 두십시오. 맥락이 열리면 성경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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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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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 『싸움의 교양』을 읽고

싸움이라는 단어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싸움을 통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쥐려는 싸움, 협상 테이블 앞에서의 싸움, 관계 안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때로는 물러서야 하는 싸움. 전장(戰場)은 군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발을 딛는 일상이 곧 전장입니다.




이클립스가 쓴 『싸움의 교양』은 그 일상의 전장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부제는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꽤 도발적입니다.

원하는 것은 분명한데 매번 빈손으로 물러서는 사람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이 제목 안에 이미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전략가들에게서 훔쳐 온 갈등·경쟁·생존의 지혜로 그 질문에 답합니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됩니다. '간파', '장악', '심전', '불패. 각 파트는 독립적으로 완결됩니다. 목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챕터를 골라 펼쳐도 좋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싸움이 올 때마다 꺼내는 책'으로 만들었다고 밝힙니다. 그 말이 허풍이 아님을 읽으면서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파트 '간파'는 판을 읽는 법입니다. 협상에서 밀리고 있을 때, 조직의 역학이 읽히지 않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 때 꺼내라고 합니다.

싸움에서 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판을 보지 못해서입니다. 판을 읽어야 판을 움직일 수 있고, 판을 움직여야 상대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순서를 철저히 지킵니다.

두 번째 파트 '장악'은 주도권을 쥐는 법입니다. 프로젝트의 흐름을 내가 이끌어야 할 때, 경쟁에서 우위를 만들어야 할 때 필요한 챕터들이 여기 있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표지의 문장이 여기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어떤 '척'을 내보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 결국 전략은 실력이기 이전에 연출이라는 사실을 이 파트는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세 번째 파트 '심전'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같은 사실을 다르게 보이게 해야 할 때입니다. 설득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라는 것을 이 파트는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그것이 심전(心戰)의 핵심입니다.

네 번째 파트 '불패'는 끝까지 남는 법입니다. 조직이 뒤집어졌을 때,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할 때, 이긴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꺼내라고 합니다.








이기는 것보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내는지, 역사 속 전략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냅니다.

책의 곳곳에는 'Insight 박스'가 있습니다. 전략가의 사상을 본문에서 소개했다면, Insight 박스는 그것을 지금 독자의 상황에 비춰보는 공간입니다. "이것이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고 멈추고 적용하는 리듬, 그 리듬이 이 책을 실용서로 만드는 힘입니다.




저자는 '한 챕터, 일주일'을 권합니다. 챕터 하나를 읽는 데는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20분이 아니라 그 20분이 심어놓은 질문입니다.

정면으로 가면 왜 지는지를 읽었다면, 일주일 동안 자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는 벽이 무엇인지 보라고 합니다. 이 제안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빠르게 완독하는 것보다, 한 챕터를 삶에 천천히 녹여내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입니다.

해박하되 무겁지 않습니다. 손자, 마키아벨리, 클라우제비츠를 넘나들면서도 문장은 간결합니다. 역사와 전략의 언어를 지금 우리가 사는 가정과 학교와 회사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어렵게 쓰면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쉽게 써야 진짜 아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세계척학전집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부, 철학, 심리학, 사랑을 이전 네 권에서 다뤘습니다. 다섯 번째 책은 인간 사는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의 문법을 다룹니다.

그 여정을 따라온 독자라면 이 책에서 한 단계 더 깊어지는 감각을 느낄 것입니다.

삶이 전장이라면, 우리에게는 교양이 필요합니다. 싸움의 교양.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싸움을 제대로 읽고 버티고 살아남는 힘. 이 책은 그 힘을 갖추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단단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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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 미술관·박물관 전시해설 전달과 대화법
박은주 지음 / 미진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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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
박은주2026미진사

전시장의 차가운 벽면 사이로 작품의 숨결을 불어넣는 이들이 있습니다. 도슨트라 불리는 그들은 예술과 대중을 잇는 가교입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 도슨트의 해설은 때로 작품 그 자체보다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박은주 저자의 『진정성 있는 도슨트 스피치』는 바로 그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명력을 더하는 법을 담고 있습니다. 도슨트 스피치의 'A부터 Z까지'를 집대성했다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방대한 안내서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다정한 시선입니다. 20년 넘게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스피치 전문가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정작 책 속의 언어는 권위적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예비 도슨트들과 더 나은 소통을 꿈꾸는 현직자들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줍니다. "모르겠니? 사랑이야"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예술을 향한 애정이 책 전체의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도슨트의 말하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작품 속으로 초대하는 정성스러운 환대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글말을 입말로 바꾸는 기초적인 훈련부터 발음, 톤, 비언어적 요소까지 촘촘하게 짚어줍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어법들을 바로잡아주는 대목에서는 도슨트로서 갖춰야 할 품격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도슨틉니다?"와 같이 문장 끝을 올리는 습관이나,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좀 틀려요"처럼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하는 실수를 조목조목 짚어냅니다.


"저희는 이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배우며 타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를 익힙니다.


이러한 세밀한 교정은 도슨트가 전해주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전시의 흐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배려입니다.


저자는 아나운서 준비생부터 현직 앵커까지 지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충'이라는 해충을 몰아내고 또렷한 입모양과 호흡으로 말을 내뱉는 즐거움을 일깨워 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압도적인 분량의 사례와 실습 문제입니다. 360여 개의 사례와 120여 개의 연습 문제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미술관 복도에서, 혹은 박물관 진열장 앞에서 실제로 마주할 법한 상황들이 구체적인 예시 문장과 함께 제시됩니다.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함께 전시장을 거닐며 직접 말을 내뱉어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대충이라는 해충"을 몰아내고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는 과정은 즐거운 놀이처럼 다가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진정성은 말과 삶이 일치할 때 생겨나는 영적인 저력입니다.


텍스트 너머의 서브텍스트를 읽어내고, 자신의 목소리에 진심을 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도슨트라는 직업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길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단순히 목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과 일치하는 진실한 음성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낯선 개념을 익숙한 사물에 빗대어 설명하는 '아모르 키' 기법은 이 책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이 작가는 선을 아주 얇게 썼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마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종이 위에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지요"라고 표현할 때, 관람객의 상상력은 비로소 깨어납니다.


관람객의 감상을 단계별로 이끌어내는 '스캐폴딩' 질문법 역시 타인의 세계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지혜로운 소통의 기술입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도슨트는 단순한 설명가를 넘어 예술적 체험의 동반자가 됩니다.









관람객과의 대화를 다루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답변에 호응하며, 리액션을 건네는 일련의 과정은 전시해설이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상호적인 소통임을 일깨워 줍니다.


"호응 4종 세트"와 "다섯 가지 기본 리액션"은 도슨트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팁입니다.









특히 관람객이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며 동의를 표하는 '되풀이하기' 기술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경청하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관람객의 투박한 표현을 도슨트가 더 풍성한 언어로 다듬어 다시 돌려줄 때, 그 대화는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이 됩니다. 이러한 리액션 기술은 인간관계의 온도를 높여주고 대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저자는 관람객이 침묵할 때조차 그 침묵을 어떻게 수용하고 기다려주어야 하는지, 해설을 듣지 않는 관람객에게는 어떤 배려를 보여야 하는지까지 세심하게 조언합니다. 그 따뜻한 조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책은 해설 전의 리허설부터 해설 중의 돌발 상황 대처,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클로징까지 전시해설의 전 과정을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마이크 사용법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저자의 꼼꼼함에서 전문가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부록에 수록된 도슨트 면접 기출 질문과 합격 팁은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지도와 같습니다.


도슨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도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더라도 말하기와 글쓰기,


혹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따뜻한 문장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빛은 언제나 무너진 틈 사이로 들어온다는 문장을 떠올려 봅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말하기가 누군가에게는 예술을 만나는 빛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박은주 저자의 이 다정한 교과서가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더해주기를 소망합니다.


전시장의 공기를 바꾸고 관람객의 가슴에 예술의 씨앗을 심는 모든 도슨트에게 이 책이 든든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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