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힘 - 얼어붙은 조직, 신뢰로 녹인 600일의 여정
김주성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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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510통의 생일 축하 전화, 200회 이상의 함께한 식사, 300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마음. 50회 넘던 노사협상이 5회로 줄어든 변화.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600일 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사람을 향해 걸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발자국입니다.




저자 김주성은 노원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합니다. 그가 마주한 조직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불신이 쌓이고, 갈등이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 현실 앞에서 거창한 혁신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대신 동료라고 불렀습니다. 생일이 되면 전화를 걸었습니다.




면담을 시작하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GROW 기법으로 만든 질문지를 먼저 동료들에게 보냈습니다. 회신한 분들에 한 해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회신율이 96퍼센트였습니다.

그 숫자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사람은 말하고 싶다는 것. 특히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것. 다만 말할 창구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

96퍼센트라는 숫자는 통계가 아니라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였습니다.




이 책은 그 600일의 기록입니다.

1부 '혼란과 마주하다'에서는 얼어붙은 조직을 처음 대면하는 낯섦과 당혹감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2부 '관계의 회복과 문화의 탄생'에서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어떻게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3부 '지역과 함께 성장하다'는 조직의 변화가 지역사회로 번져나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4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는 변화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변화는 조직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을 확충하고 수영 프로그램을 늘렸습니다. 지역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직장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썼고, 혼자 근무하는 분들에게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성과를 먼저 챙기지 않았습니다. 가장 작은 자리에 있는 사람,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먼저 돌아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셨던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은 그 책의 언어였지만, 그 정신은 훨씬 오래된 곳에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의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침묵이 대화가 된 시간.'

그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요약합니다. 저자 스스로 8장의 제목을 '미완이지만 계속되는 변화'라고 붙였습니다. 성공 신화를 쓰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리더십 이론서가 아닙니다. 현장의 기록입니다.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특히 새로 부임했거나 지금 조직이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실천이 쉽다는 뜻이 아닙니다. 배우고 얻은 것을 자기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일은 언제나 각자의 몫입니다.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분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결국 조직이란 사람이고, 사람은 이름으로 불릴 때 비로소 존재로 대접받는다는 것을 이 책은 600일의 언어로 증명합니다.

무엇을 바꾸려 했던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먼저 곁에 있으려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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