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Root, Field, Essence, Legacy, Sketch. 뿌리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사유로, 사유에서 유산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펜끝의 풍경으로 흘러갑니다. 목차 자체가 한 건축가의 삶의 결을 따라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순서를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저자의 걸음을 함께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성북동 산동네 골목을 누비며 공간 감각을 익혔고, 낙서하다가 건축을 만났다고 고백합니다. 그 고백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대단한 출발이 아니었습니다. 골목의 질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 햇볕이 드는 방향, 그런 것들이 몸에 먼저 새겨졌고, 그것이 나중에 건축가의 눈이 되었다고 합니다.
화려한 수식 없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펼쳐놓는 방식이 이 책 전체의 문체입니다.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설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