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4 : 세조·예종·성종 -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 조선왕조실록 4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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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역사를 잊은 민족이라면 그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는 역사를 잊는 민족이 있다기보단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옆 나라 일본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전쟁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부역시키고, 강제 징용하고, 착취를 일삼았으며 많은 여성을 위안부로 끌고 갔습니다. 인권을 유린하고 착취하고 민족성을 말살시키려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어이없게도 자신이 어리석은 민족을 개화시켰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전범이라는 의식, 다른 나라와 민족과 백성을 유린하고 착취했다는 의식을 가지고 속죄하려는 태도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이 지도자의 위치에 떡하니 버티고 섰습니다. 독일이 보여준 행보와는 극명하게 대조,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적 위상에서 일본이 독일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들의 의식은 결코 선진국이라 부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편에 선 사람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고, 그때 당시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의 편에 섰기 때문에 지금도 부와 권세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역사를 제대로 기억해야 할 일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미래를 준비할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듬뿍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4]입니다.






조선왕조실록 4번은 세조와 예종 성종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 이덕일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다.

조선왕조실록 4. 10p


이덕일은 자신이 이 책을 집필한 뚜렷한 이유,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었습니다.


1. 우리 사회나 한 조직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다.

2.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3.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4.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의 약속, 주장이 과장된 말이 아니란 것은 책을 읽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조는 쿠데타를 통해 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만약 그가 장남으로 태어났다면 더없이 좋은 왕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세자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야심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불태웠고, 더불어 주변 사람의 삶을 불태웠으며,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까지 불태우고 말았습니다. 쿠데타로 왕의 자리에 오른 만큼 자신을 도왔던 주변 사람을 공신으로 책봉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었습니다. 공신들은 권력을 틀어쥔 채 백성을 압제하고 착취했습니다. 왕은 그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지요. 말도 안 되는 악순환이 끝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덕일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세조에게 쏟습니다. 그만큼 이야기할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조실록을 읽으면서 나라가 이렇게나 엉망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는지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심하게 말해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할 정도였습니다. 나의 지도자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삶을 살고, 주변 기득권에게 말도 안 되는 혜택을 제공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미얀마를 보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백성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주목하며 이와 같은 행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쿠데타의 주범 민 아흥 흘라잉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 백성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답답한 현실입니다. 굳이 미얀마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물이 있습니다. 국민을 유린하고 속이고 착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화를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을 법 앞에 세웠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분명한 처벌이 있었다면, 그들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음은 예종입니다. 그는 정치적 결단은 분명했으나 정치력이 부족했던 왕이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걸었지만 시대를 파악하는 눈이 약했습니다. 결국 그는 공신들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공신들이 제거한 것처럼 보입니다. 나라의 지도자에게 정치력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연히 예종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습니다.




성종은 어린 나리에 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역시 왕이 될 수 없었으나 정치적인 물결에 휩쓸려 왕에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지만 성종은 예종과 달랐고 세조와도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정치 수완이 뛰어났습니다. 공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 그랬다가는 예종처럼 단박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렇다고 공신의 말만 들을 수도 없다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사림을 등용하여 절묘한 줄타기를 했습니다. 놀라운 균형감각과 적절한 타협으로 25년이란 시간을 왕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세조, 예종, 연산군이 엉망진창이거나 업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뛰어난 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그가 뛰어난 왕이었다기보단 주변 다른 왕들이 하도 엉망이다 보니 반사이익을 받아 뛰어난 왕처럼 보입니다.


성종은 여인의 무서움을 간관했습니다. 조선시대 배경이기도 하고, 사대부 배경을 생각하면 여성은 하대 받을 수밖에 없었던 때입니다. 칠거지악으로 쫓겨나기 쉬웠고, 남자의 눈에서 벗어나면 한을 품고 살아야 했던 때였습니다. 정치역량은 뛰어났지만(성종이 보여준 적정한 타협과 줄타기는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여인을 대하는 역량은 바닥을 칩니다. 결국 성종은 왕비를 서민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죽여버립니다. 그의 아들이 연산군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조, 예종, 성종의 이야기로만 두꺼운 책이 한 권 탄생했습니다. 이덕일의 해박한 역사 지식에 한 번 놀랐습니다. 조선 시대 역사를 마치 오늘의 역사처럼 자세하게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글도 잘 씁니다. 수백 년 전 역사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한 가지 사실은 [조선왕조실록] 자체입니다. 이덕일은 책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의 실록을 인용합니다. 구체적으로 세조실록, 예종실록, 성종실록을 인용하면서 역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왕의 이야기, 신하들의 이야기,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 정치적인 묘수가 담긴 이야기, 많은 함의를 가진 이야기, 정치 공략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는 별칭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세조 시대는 그 시대에 있었던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역겨운 이야기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단종을 몰아내고, 단종 편에 섰던 자들을 처단할 뿐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 아내, 딸을 비롯한 처첩과 종들까지 서로 나누는 장면까지, 누가 누구를 가졌다는 세세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록의 민족입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종종 성경을 보면서 굳이 이런 기록까지 남겨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성경 말씀을 종종 만납니다. 불편합니다. 민망하기도 합니다. 추잡한 이야기도 수두룩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성경에 기록된 처참한 이야기는 양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 결국 역사를 보여주고 알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게 하는 방향타와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성경은 더 말 할 것도 없지요.




한 국가 지도자의 자리는 정도를 걸으며 올라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편법이나 쿠데타와 같은 방식은 안 됩니다. 정도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면 그 나라 백성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 다운 분명한 철학과 신념이 없으면 지도자의 자리에 올라서서는 안 됩니다. 나라도 망하고 백성도 망하고 본인도 망할 따름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주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독불장군식으로는 안 됩니다. 더 나아가 소외된 사람, 연약한 자의 사정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지도자는 국민을 섬기고 이끄는 자이며, 국민에는 연약하고 소외된 자가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을 위주로 지도자를 뽑는 일이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정치 노선 갈등과 같은 해묵은 문제를 털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 정치역량을 갖춘 지도자, 백성의 문제를 헤아릴 수 있는 지도자,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알고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그때 우리는 세계 속 한국으로 자리매김하며, 세상을 주도하는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그 길을 걷는 나라가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해 갈 테니까요.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4] 나라의 지도자가 먼저 읽고, 장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분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저자: 이덕일
출판: 다산초당
발매: 2019.01.02.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저자: 설민석
출판: 세계사
발매: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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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에 관하여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장진영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을 공부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문용어가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솟아오르고, 평생 듣도 보지도 못했던 이름이 많았습니다. 내가 모를 뿐이지 하나 같이 저명한 사람이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 받는 사람입니다. 저자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이 책을 쓰면서 방대한 자료를 인용합니다. 단순히 자료를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 받는 사람의 주장과 글을 인용합니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경제학 방법을 다룰 때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의 견해만 인용하려고 애썼다.

그들 대부분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주류 경제학을 향한 신랄한 비판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경제학자들에게서 나왔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10p







책을 펼치자 마자 저자는 이 책이 얼마나 무거울지 대략 짐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은 묵직했습니다. 때로는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안타레스 출판사에서도 편집하는 데만 석달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책을 놓고 씨름했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면서 읽었습니다. 나 자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네이버 사전을 뒤적거려가며 읽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 주류 경제학 :

정치 시장 경제를 희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제로 파악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시장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원리를 체계화한 자유주의 경제학.


* 거시 경제학

국민 총생산, 국민 소득, 고용, 투자, 저축, 소비 등 국민 경제 전반의 통계량을 토대로 하여 경제 순환의 동태를 총계 및 확률 면에서 포착하여 경기 변동이나 경제 성장의 규칙성을 분석하는 경제학.


* 미시 경제학

경제 주체인 소비자, 기업의 형태를 분석하고 이들이 시장에서 가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히는 학문.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자주 사용하고 자주 듣던 말이지만 실제로 정의하라면 정의하기가 까다로워서 사전을 찾아 읽으며 어휘를 늘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문장이자, 귀에 쏙 박히는 말입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구 운동 문구입니다. 이 문구 하나로 빌 클린턴은 조지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느닷없는 말이지만 한 문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한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러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가 중요한 대목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 하나만으로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인류가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오만한 생각이니까요.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먼저 경제학 방법론에서 비롯된 모든 문제를 다룹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니까요. 두 번째 장에서 그는 채울 수 없는 욕구와 채우지 못한 수단을 다룹니다. 경제는 사람의 욕구와 욕구를 채우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3장에서는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지 다룹니다. 4장에서는 균형의 문제를 다룹니다. 5장에서는 잘못된 모델이 만든 잘못된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경제학을 향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줍니다.


나느 개인적으로 6장부터 13장의 내용이 좋았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이 여러 다른 분야의 학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6장에서는 심리학과의 협력을 7장에서는 사회학의 방법론이 필요한 까닭을 8장에서는 오래된 제도주의와 새로운 제도주의를 9장에서는 권력과 경제학의 문제를 다룹니다. 10장과 11장에서는 왜 경제학의 역사를 살펴야 하는지 왜 경제의 역사를 들여다보아야 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12장에서는 윤리학과 경제학의 콜라보를 다루고 13장에서는 경제학이 전지적인 학문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버트 스키텔스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자가 던져야 할 질문을 던집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비록 경제학자가 아니라하더라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19로 일상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지구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모든 인류를 향한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이 고유한 가치를 더하는 세상,

경제학이 다른 사회과학과 동일한 가치를 더하는 세상,

경제학이 전혀 가치를 부가하지 않고 

오히려 떨어뜨리는 세상은 무엇일까?

부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는 그저 부자만 되면 그만인가?

.

.

.

경제학이라는 건물의 1층에 윤리학을 다시 입주시켜야 한다.

인간의 욕구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경제학은 아무 제한 없이 

부만 축척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를 파괴로 몰아가는 정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몇몇 경제학자들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학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310-311p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보고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하고 동경하는 걸까요? 저자의 말처럼 윤리를 배제하고 나면 탐욕만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끝없는 성장을 향한 욕망은 코로나 19사태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이 지경까지 파괴시켰습니다. 더 늦기 전에 환경을 보호하고 탄소배출을 zero 포인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경제학이 윤리학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사회학의 방법론을 가져와야 할 이유입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가다듬고,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심스레 조율하고, 조금은 겸손한 태도로 다른 학문과의 조화를 모색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시도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놓기엔 너무나 중요한 담론이란 뜻입니다. 모두가 경제를 생각하고, 더 나은 삶을 새롭게 정의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하면 좋겠습니다. 경제학 책이지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은 인류를 향한 책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학도와 미래의 경제분야의 지도자와 오늘의 경제분야 지도층에 계신 분들의 필독서가 되길 응원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저자: 토마 피케티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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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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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영군(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선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반농반어촌의 시골 마을입니다. 여름이면 매일 바닷가에 살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먹는 시간을 빼고 물질하면서 놀았습니다. 어떤 날에는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해산물을 잡아 삶아먹으며 놀았습니다. 바다에서 자란 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바다를 볼 수 없는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엔 늘 바다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여름엔 태풍이 많이 불었습니다. 태풍이 올 때면 마을 사람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였습니다. 배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습니다. 종종 태풍은 그 모든 노력을 가볍게 허사로 만들었습니다. 바닷물이 밭까지 날아가 농작물이 말라 죽었습니다. 바닷물을 뒤집어 썼으니 견디지 못했습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는 선착장을 박살 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해에는 바닷가 쪽 집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붕이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담벼락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더 큰 일도 있었습니다. 종종 시체가 마을 해변으로 떠밀려 왔습니다. 매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꼭 한 구의 시체가 마을 인근 해변으로 휩쓸려 오는 유쾌하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오가고 시체를 수습하기까지 거적대기로 시체를 덮어두기도 했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은 시체를 목격하는 일은 유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쾌하고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때 목격한 여러 시체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바다에서 자란 나에게 네 번째 여름이란 소설은 다 깊숙하게 들어왔습니다. 말 그대로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쑥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무슨 장르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겉표지 뒷장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글을 보면서 미스터리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엉킨 욕망의 그물에 걸려버린 오해와 질투, 복수와 파국의 미스터리!"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나의 생각은 강렬해 보이는 저 문구와는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말 그대로 뒤엉킨 욕망, 오해와 질투, 복수와 파국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소설 등장 인물의 면면에 흐르는 이야기는 '가슴 아픈 사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해를 부추긴 사람이 있고, 오해 때문에 엉뚱한 복수도 일어났습니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삶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솟아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노년은 그 무엇으로도 끊어낼 수 없는 사랑으로 엮어 있습니다. 서로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운명이 그저 기구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풍경을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보면 이 자연스러운 일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학벌, 돈, 가문, 명예, 건강, 지연, 학연 등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사랑을 왜곡합니다. 이런 일이 워낙 자주 일어나고 요즘 말로 대세다 보니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닌,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해심과 만선의 사랑 역시 주변 사람에 의해, 욕심에 의해, 오해와 갈등에 의해 짓이겨졌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노년이 되어서까지 그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결국 생의 마지막은 같은 공간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타인의 욕심과 오해와 갈등이 전혀 가닿지 못한 그들만의 장소에서 끝납니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상, 사랑이 말라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사랑을 쥐고 흔드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낯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멈춰 서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을 향한 사랑에 불순물이 끼어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 보면 좋겠습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살아가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류현재 작가의 [네 번째 여름]이 여름, 바다를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더 담으며 읽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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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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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이 탄생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마음을 다독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책의 끝에서 이 책이 탄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실은 나도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노트 같은 책을 한 권 갖고 싶었는데 마침 샘터사에서 책을 써달라고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에요."


나태주 시인의 바람과 샘터사의 요구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독자가 살아가는 세상을 주목하고, 이 낯설고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를 누가 가장 잘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을지 잘 살펴본 샘터사의 지혜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후자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상상은 자유고, 자유로운 상상으로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면 좋으니까요.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마음의 징검다리

2장: 바람의 징검다리

3장: 구름의 징검다리

4장: 시의 징검다리


왜 징검다리라는 제목을 정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서 사전을 찾았습니다.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징검다리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돌이나 흙더미를 드문드문 놓아 만든 다리.

2. 중간에서 양쪽의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번 정의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징검다리가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조화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2번 정의도 연결되더군요. 모든 다리가 그러하듯 징검다리도 양쪽을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시인과 독자 사이를 샘터사가 연결해 준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 샘터사와 독자 사이를 시인 나태주가 연결해 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지혜를 가진 나태주 시인이 독자들에게 지혜를 건네주는 매개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시원하게 뻥 뚫린 웅장하고 큰 다리가 아니라 징검다리로 표현한 것도 겸손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나태주 시인답고요.




이 책은 어느 새 노인의 위치에 선 나태주 시인이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와 청소년에게 보내는 위로와 지혜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굳이 코로나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 땅은 청년들에게 가혹합니다. 헬조선, 열정페이, 갑질, 금수저 흙수저 따위의 말이 생겨나고 통용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어가 태어나고 자연스러운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와 미래의 청년에게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편지와 같은 책입니다. 가장 먼저 나태주 시인이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후 시인으로 교편을 잡은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삶으로 배우고 익힌 지혜를 정갈한 언어로 풀어놓았습니다. 강요하지 않지만 마음에 담고 싶고, 부드럽지만 심지가 분명합니다.


나는 종종 시인이나 소설가를 보면서 사기캐릭터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저들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단어 몇 개를 조합해서 인생의 신비를 풀어내고, 사람 사는 세상의 풍경을 담아내고, 삶의 가치를 드러내며, 시대를 읽어내는 그들의 시선과 어휘와 지혜에 감탄합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들의 언어를 들여다 보면서 시인과 소설가는 이 시대의 선지자라는 이정일 목사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야 맙니다.




특별히 좋았던 부부은 4장 시의 징검다리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인 나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가 소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장을 곱씹어 읽었던 것은 주옥같은 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 시를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어떻게 이 시를 이해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저자 직강'을 들었다고 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 설명이 없어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마음을 새롭게 하고,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시를 나태주 시인의 해설과 곁들여 읽으니 더욱 새롭고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 몇 편 소개합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인 나태주의 말처럼 시는 마음과 생각을 밝게 만들어 줍니다. 좋은 시 한편은 사람의 마음을 밝히고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과 청소년에게 삶의 지혜를 고운 언어에 담아 건네준 나태주 시인과 샘터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과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다음 세대가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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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 우리 시대의 복음, 욥기 설교 모두를 위한 설교 시리즈 1
임형택 지음 / 세움북스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선하신 하나님이 전능하십니다. 전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선하시고 전능하시며 사랑이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핵심 사상입니다. 말하고 듣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 놀라운 선언은 엄청난 고통 앞에서 위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이런 고통이 있다고요? 선하시고 전능하시며 사랑이신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고통과 아픔이 있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이 선하지 않으시거나, 만약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그 하나님이 전능하지 않거나, 하나님이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그 하나님은 사랑이 아니시거나...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주변 사람이 토해내듯 쏟아낸 이야기입니다.


삶의 고통을 마주하게 될 때면 하나님을 향한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하나님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님을 부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통의 무게가 클수록 질문이 생기거나, 하나님을 의심하거나, 하나님을 부인할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이 지점에서 신정론(teodicy)이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고통에 대해 속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신학자와 목회자는 '고통은 신비'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고통이란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성경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욥(Job)입니다.







고통과 씨름해 보지 않은 사람은 고통의 무게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 자체가 없습니다. 고통과 씨름해 보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고통을 겪습니다. 참으로 평온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상실의 아픔, 질병으로 인한 고통, 관계로 인한 고통, 내면의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 것처럼 모든 사람은 고통을 경험합니다. 양과 질의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고통과 씨름해 보지 않은 사람이란 말'은 '고통을 겪으면서 질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욥은 우리에게, 특별히 고통당하는 자에게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욥을 읽으면서 고통에 대해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고통당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무엇인지, 고통당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고통당할 때 어떻게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지, 고통당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을 붙들 수 있는지,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등지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욥이 누구보다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으며, 고통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욥은 고통당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지혜서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고통을 경험하기에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시선과 마음이 책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저자 임형택 목사님이라는 분에게로 시선과 마음이 흘러갔습니다. 나는 글이 사람을 닮는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보면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 저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 저자가 인생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글은 저자를 만나는 훌륭한 통로입니다. [하나님,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를 읽으면서 임형택 목사님에게로 마음과 시선이 흘러간 이유입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난 저자 임형택 목사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에 딱 떠오르는 두 단어로 조합된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따뜻한 목사님"입니다. 임형택 목사님을 따뜻한 목사님으로 읽었습니다. 목회하시는 교회 성도 한명 한명을 떠올리며 설교를 준비하셨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아마도 내가 설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여러 성도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하시고 선포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임형택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교회 성도들은 행복하시겠다는 생각도 자주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용기가 생겼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시간이 결코 하나님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했습니다. 불 같은 시련을 당할 때면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외면하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있는데 하나님이 계시다고? 라는 원망이 피어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라도 여전히 하나님이 함께 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고통이 찾아온다해도 그것이 하나님 모르게, 하나님의 섭리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이유를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부드럽지만 단호한 언어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용기도 생겼습니다. 나도 욥기를 설교해봐야겠다는 용기입니다. 도대체 욥기를 어떻게 설교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저자 임형택 목사님도 이런 막막함과 막연함을 느끼셨다고 하니 그 막연함과 막막함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욥기를 어떻게 설교할지 고민하고 깊이 생각한 후에 13번에 걸쳐 설교하신 그 흔적을 더듬어 보면서 나도 나의 시선으로 욥기를 설교할 날이 오겠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저자가 그랬듯이 욥기라는 성경 전체의 그림을 먼저 그려야겠습니다. 그 후 고난 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결국 욥기를 통해 들려주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성도와 함께 욥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자의 의도도 아니었을 것 같고, 출판사의 의도도 아니었겠지만(어쩌면 의도일 수도 있겠습니다) 13번의 설교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매주 설교를 준비하면서 좋은 설교 제목을 결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13번의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욥기의 흐름과 설교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13개의 제목을 나누며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1. 욥이라는 사람

2. 고난 당하는 의인 (1)

3. 고난 당하는 의인 (2)

4. 고난 중의 탄식 (1)

5. 고난 중의 탄식 (2)

6. 포악한 위로자 (1)

7. 포악한 위로자 (2)

8. 욥, 보응의 원리를 부정하다

9. 욥, 자기 의를 내세우다 (1)

10. 욥, 자기 의를 내세우다 (2)

11. 욥, 네가 하나님이냐? (1)

12. 욥, 네가 하나님이냐? (2)

13. 하나님, 욥의 억울함을 풀어주시다.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분, 삶의 무게에 짓눌리시는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
저자: 필립 얀시
출판: 규장
발매: 2014.04.21.

고통과 씨름하다

고통과 씨름하다
저자: 토마스 G. 롱
출판: 새물결플러스
발매: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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