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에 관하여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장진영 옮김 / 안타레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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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공부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문용어가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솟아오르고, 평생 듣도 보지도 못했던 이름이 많았습니다. 내가 모를 뿐이지 하나 같이 저명한 사람이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 받는 사람입니다. 저자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이 책을 쓰면서 방대한 자료를 인용합니다. 단순히 자료를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 받는 사람의 주장과 글을 인용합니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경제학 방법을 다룰 때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의 견해만 인용하려고 애썼다.

그들 대부분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주류 경제학을 향한 신랄한 비판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경제학자들에게서 나왔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10p







책을 펼치자 마자 저자는 이 책이 얼마나 무거울지 대략 짐작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은 묵직했습니다. 때로는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안타레스 출판사에서도 편집하는 데만 석달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책을 놓고 씨름했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면서 읽었습니다. 나 자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네이버 사전을 뒤적거려가며 읽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 주류 경제학 :

정치 시장 경제를 희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제로 파악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시장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원리를 체계화한 자유주의 경제학.


* 거시 경제학

국민 총생산, 국민 소득, 고용, 투자, 저축, 소비 등 국민 경제 전반의 통계량을 토대로 하여 경제 순환의 동태를 총계 및 확률 면에서 포착하여 경기 변동이나 경제 성장의 규칙성을 분석하는 경제학.


* 미시 경제학

경제 주체인 소비자, 기업의 형태를 분석하고 이들이 시장에서 가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히는 학문.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자주 사용하고 자주 듣던 말이지만 실제로 정의하라면 정의하기가 까다로워서 사전을 찾아 읽으며 어휘를 늘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문장이자, 귀에 쏙 박히는 말입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구 운동 문구입니다. 이 문구 하나로 빌 클린턴은 조지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느닷없는 말이지만 한 문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한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러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가 중요한 대목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 하나만으로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인류가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하고 오만한 생각이니까요.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먼저 경제학 방법론에서 비롯된 모든 문제를 다룹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니까요. 두 번째 장에서 그는 채울 수 없는 욕구와 채우지 못한 수단을 다룹니다. 경제는 사람의 욕구와 욕구를 채우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3장에서는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지 다룹니다. 4장에서는 균형의 문제를 다룹니다. 5장에서는 잘못된 모델이 만든 잘못된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경제학을 향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줍니다.


나느 개인적으로 6장부터 13장의 내용이 좋았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이 여러 다른 분야의 학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6장에서는 심리학과의 협력을 7장에서는 사회학의 방법론이 필요한 까닭을 8장에서는 오래된 제도주의와 새로운 제도주의를 9장에서는 권력과 경제학의 문제를 다룹니다. 10장과 11장에서는 왜 경제학의 역사를 살펴야 하는지 왜 경제의 역사를 들여다보아야 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12장에서는 윤리학과 경제학의 콜라보를 다루고 13장에서는 경제학이 전지적인 학문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버트 스키텔스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자가 던져야 할 질문을 던집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비록 경제학자가 아니라하더라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19로 일상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지구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모든 인류를 향한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이 고유한 가치를 더하는 세상,

경제학이 다른 사회과학과 동일한 가치를 더하는 세상,

경제학이 전혀 가치를 부가하지 않고 

오히려 떨어뜨리는 세상은 무엇일까?

부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는 그저 부자만 되면 그만인가?

.

.

.

경제학이라는 건물의 1층에 윤리학을 다시 입주시켜야 한다.

인간의 욕구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경제학은 아무 제한 없이 

부만 축척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를 파괴로 몰아가는 정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몇몇 경제학자들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학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310-311p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보고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하고 동경하는 걸까요? 저자의 말처럼 윤리를 배제하고 나면 탐욕만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끝없는 성장을 향한 욕망은 코로나 19사태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이 지경까지 파괴시켰습니다. 더 늦기 전에 환경을 보호하고 탄소배출을 zero 포인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경제학이 윤리학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사회학의 방법론을 가져와야 할 이유입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가다듬고,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심스레 조율하고, 조금은 겸손한 태도로 다른 학문과의 조화를 모색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시도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나아갈 길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놓기엔 너무나 중요한 담론이란 뜻입니다. 모두가 경제를 생각하고, 더 나은 삶을 새롭게 정의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하면 좋겠습니다. 경제학 책이지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은 인류를 향한 책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학도와 미래의 경제분야의 지도자와 오늘의 경제분야 지도층에 계신 분들의 필독서가 되길 응원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저자: 토마 피케티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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