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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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이 탄생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마음을 다독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책의 끝에서 이 책이 탄생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실은 나도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노트 같은 책을 한 권 갖고 싶었는데 마침 샘터사에서 책을 써달라고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에요."


나태주 시인의 바람과 샘터사의 요구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독자가 살아가는 세상을 주목하고, 이 낯설고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를 누가 가장 잘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을지 잘 살펴본 샘터사의 지혜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후자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상상은 자유고, 자유로운 상상으로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면 좋으니까요.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마음의 징검다리

2장: 바람의 징검다리

3장: 구름의 징검다리

4장: 시의 징검다리


왜 징검다리라는 제목을 정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서 사전을 찾았습니다.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징검다리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돌이나 흙더미를 드문드문 놓아 만든 다리.

2. 중간에서 양쪽의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번 정의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징검다리가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조화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2번 정의도 연결되더군요. 모든 다리가 그러하듯 징검다리도 양쪽을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시인과 독자 사이를 샘터사가 연결해 준 것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 샘터사와 독자 사이를 시인 나태주가 연결해 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지혜를 가진 나태주 시인이 독자들에게 지혜를 건네주는 매개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시원하게 뻥 뚫린 웅장하고 큰 다리가 아니라 징검다리로 표현한 것도 겸손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나태주 시인답고요.




이 책은 어느 새 노인의 위치에 선 나태주 시인이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와 청소년에게 보내는 위로와 지혜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굳이 코로나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 땅은 청년들에게 가혹합니다. 헬조선, 열정페이, 갑질, 금수저 흙수저 따위의 말이 생겨나고 통용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어가 태어나고 자연스러운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와 미래의 청년에게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편지와 같은 책입니다. 가장 먼저 나태주 시인이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후 시인으로 교편을 잡은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삶으로 배우고 익힌 지혜를 정갈한 언어로 풀어놓았습니다. 강요하지 않지만 마음에 담고 싶고, 부드럽지만 심지가 분명합니다.


나는 종종 시인이나 소설가를 보면서 사기캐릭터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저들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단어 몇 개를 조합해서 인생의 신비를 풀어내고, 사람 사는 세상의 풍경을 담아내고, 삶의 가치를 드러내며, 시대를 읽어내는 그들의 시선과 어휘와 지혜에 감탄합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들의 언어를 들여다 보면서 시인과 소설가는 이 시대의 선지자라는 이정일 목사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야 맙니다.




특별히 좋았던 부부은 4장 시의 징검다리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인 나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가 소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장을 곱씹어 읽었던 것은 주옥같은 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 시를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어떻게 이 시를 이해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저자 직강'을 들었다고 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 설명이 없어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마음을 새롭게 하고, 삶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시를 나태주 시인의 해설과 곁들여 읽으니 더욱 새롭고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태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 몇 편 소개합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인 나태주의 말처럼 시는 마음과 생각을 밝게 만들어 줍니다. 좋은 시 한편은 사람의 마음을 밝히고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과 청소년에게 삶의 지혜를 고운 언어에 담아 건네준 나태주 시인과 샘터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과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다음 세대가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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