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은 자신이 이 책을 집필한 뚜렷한 이유,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었습니다.
1. 우리 사회나 한 조직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다.
2.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3.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4.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의 약속, 주장이 과장된 말이 아니란 것은 책을 읽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조는 쿠데타를 통해 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만약 그가 장남으로 태어났다면 더없이 좋은 왕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세자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야심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불태웠고, 더불어 주변 사람의 삶을 불태웠으며,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까지 불태우고 말았습니다. 쿠데타로 왕의 자리에 오른 만큼 자신을 도왔던 주변 사람을 공신으로 책봉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었습니다. 공신들은 권력을 틀어쥔 채 백성을 압제하고 착취했습니다. 왕은 그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지요. 말도 안 되는 악순환이 끝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덕일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세조에게 쏟습니다. 그만큼 이야기할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조실록을 읽으면서 나라가 이렇게나 엉망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는지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심하게 말해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할 정도였습니다. 나의 지도자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삶을 살고, 주변 기득권에게 말도 안 되는 혜택을 제공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미얀마를 보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백성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주목하며 이와 같은 행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쿠데타의 주범 민 아흥 흘라잉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 백성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답답한 현실입니다. 굳이 미얀마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물이 있습니다. 국민을 유린하고 속이고 착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화를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을 법 앞에 세웠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분명한 처벌이 있었다면, 그들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