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풍경을 담아낸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보면 이 자연스러운 일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학벌, 돈, 가문, 명예, 건강, 지연, 학연 등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사랑을 왜곡합니다. 이런 일이 워낙 자주 일어나고 요즘 말로 대세다 보니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닌,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해심과 만선의 사랑 역시 주변 사람에 의해, 욕심에 의해, 오해와 갈등에 의해 짓이겨졌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노년이 되어서까지 그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결국 생의 마지막은 같은 공간에서,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타인의 욕심과 오해와 갈등이 전혀 가닿지 못한 그들만의 장소에서 끝납니다. 결국 사랑이 이긴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상, 사랑이 말라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사랑을 쥐고 흔드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낯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멈춰 서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과 가족을 향한 사랑에 불순물이 끼어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 보면 좋겠습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살아가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류현재 작가의 [네 번째 여름]이 여름, 바다를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더 담으며 읽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