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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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영화는 사람 사는 세상을 정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꼬집기도 합니다. 영화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는 음악, 화면, 의상, 철학사상, 분명한 메시지, 심리, 가치관, 세계관 등 사람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종합예술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어릴 땐 토요명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극장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극장조차 없는 깡촌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었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를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말로 묘사하기 어려운 장관을 보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저 곳을 밟아보리라는 원대한 꿈도 꾸었습니다. 영화배우가 되는 일은 없으리란 사실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처럼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수없이 해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사람 사는 세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준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나에게 너무나 반가운 책이 찾아왔습니다.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한동안 나는 이 책을 [스크린의 기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나에게 기적과 같은 어떤 것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문학자 김태현은 이 책에서 200개의 명품 영화를 소개합니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 영화에 나온 주옥같은 대사를 담은 책입니다. 책의 구조를 보면 책의 흐름과 내용을 짐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art 1 -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명대사

Part 2 -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명대사

Part 3 -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러주는 명대사

Part 4 -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명대사

Part 5 - 지친 마음을 힐링해 주는 명대사

Part 6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명대사

Part 7 -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대사

Part 8 -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대사


각 파트 별로 25개의 영화(두고두고 보아도 좋을 명화)를 엄선했습니다. 각 영화에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를 모아 원어와 한글을 모두 보여줍니다. 대사를 읊조리다보면 어느새 영화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끌어오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각 영화의 명대사를 원어로 먼저 기록해 두고, 그 아래에 한글 번역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로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저술한 책은 아니지만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익입니다. 영화의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집니다. 그만큼 공명과 울림이 깊은 대사를 페이지마다 알알이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명대사가 빠져서 아쉬웠습니다. 영화 [Good Will Hungting]에 나온 대사인데요. 로빈 윌리암스가 맷 데이먼에게 반복해서 해준 말입니다.


"It's not your fault"


이 대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로빈 윌리암스가 했듯 누군가가 나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반복해서 말해준다면, 따뜻하게 나를 안아준다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그랬듯 아마 나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펑펑 울어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이 대사를 최애 명대사로 꼽는 이유입니다.


특별히 이 책에서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명대사, 인문학적 통찰을 길러주는 명대사, 그리고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대사 부분이 나의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많아서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쏟는 분야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요점은 명확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관심사가 다릅니다. 책을 읽는 분에 따라 더욱 애착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Part가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닿아 공명이 되고 울림이 깊은 영화와 대사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잠깐 멈추어 서서 그 영화를 감상해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감동이 훨씬 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만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중해 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도 한결 더 부드러워지고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저술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독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 좋은 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를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면, 명대사를 마음에 꾹꾹 눌러담으면 어느새 나의 삶과 타인의 삶,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더욱 깊어지고 맑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하고,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인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영화와 영성

영화와 영성
저자: 로버트 존스톤
출판: IVP
발매: 2003.09.22.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
저자: 클라이브 마쉬, 가이 오르티즈
출판: 살림
발매: 2007.04.23.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저자: 김준기
출판: 시그마북스
발매: 20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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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서 자유로워지려면 - 성경에서 찾다! 원치 않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법
마이클 그럽스 지음, 박찬영 옮김 / 샘솟는기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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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먼저인 것 같아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네이버 건강백과 사전을 보니 이해하기 쉽게 정의해 두었더군요. 그 정의를 빌려왔습니다. [중독이란 ▲갈망, ▲내성, ▲금단증상,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장애의 네 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때 정의 내릴 수 있다 - 네이버 건강백과]


중독은 이미 우리나라 사회의 한 이슈가 되었고, 세계로 확장해 보아도 커다란 이슈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중독이란 단어를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와 같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페인 중독을 의심해 볼 수도 있습니다(카페인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가끔 커피 금식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물질 중독 뿐 아니라 행위 중독도 심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중독을 열거해 보자면, 도박 중독 - 어떤 사람은 마약 중독보다 상위 중독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 정도로 지독하고 끈질기고 끊어내기 어려운 중독이란 뜻입니다. 하긴 노름 하지 않으려고 양손을 잘랐지만 발가락에 화투를 끼고 도박했다는 전설적인 카더라 통신을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 섹스 중독, 포르노 중독이 있고, 최근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심지어 탄수화물 중독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하긴 김대우 감독,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이라는 제목의 영화까지 나왔으니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중독에 시달리는 세상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연 사람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중독에서 자유할 수 있을까요?






바야흐로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 책이 나왔습니다. 반갑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카페인 중독자이니까요. 책 표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영어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Broken Chains" '끊어진 사슬' 또는 '사슬을 끊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영어 번역을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속설이 떠오릅니다. 딸랑 두 단어 번역이 이렇게나 어렵다니 저의 국어 실력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저자 마이클 그럽스는 중독을 원하지 않는 습관이라 정의합니다. 인간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성경에서 찾습니다. 그는 중독을 '무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여러 가지 행위(그것이 물질이든 행위이든)를 멈출 능력이 없고, 그 문제를 조절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독을 무능력의 개념으로 파악한 그의 통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는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을 면밀하게 조사한 후 '구덩이'라는 한 단어로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인간이 타락한 후 밑도 끝도 없는 구덩이가 두 개 생겼는데 그 구덩이가 중독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중독을 일으키는 첫 번째 구덩이는 관계를 위한 것입니다. 사람의 내면과 심리 매커니즘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고서는 내놓을 수 없는 대답입니다.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관계의 부재입니다. 밑빠진 독과 같이 깨진 관계는 중독을 일으킵니다. 버림 받고, 적응하지 못하고, 오해 받은 기분 등과 같은 공허함이 중독의 원천이라 말합니다(42p). 관계가 깨지면 그 깨진 관계를 보상하거나 메꾸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합니다.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중독되는 일이 일어나지요.

두 번째 구덩이는 목적, 의미 또는 영향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43p). 인간이 타락한 이후 하나님과 관계가 깨지면서 삶의 목적과 의미 방향에 심각한 왜곡이 생겼습니다. 삶의 목적, 의미, 방향을 상실한 사람에겐 공허함이 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공허함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인간은 어떤 물질이나 행위로 그 공허함을 메꾸려 안달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곧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오래 전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건달이 절로 도망간 후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은 재밌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주지 스님이 건달과 스님에게 숙제를 냅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는 숙제입니다. 물이 빠지기 전에 채우면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건달들을 빠르게 채워보지만 어림없습니다. 스님은 자신이 곧 물이라며 큰 독에 들어갑니다. 스님다운 발상이지요. 하지만 주지 스님은 그것도 아니라고 말씀합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합니다.


그때 건달 두목이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건달 두목은 부하를 시켜 밑 빠진 독을 들고 빠르게 이동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절에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 건달 두목은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지라고 말합니다. 부하들은 영문도 모른채 두목이 시키는 대로 하지요. 결국 건달은 밑 빠진 독을 물로 가득 채웁니다. 밑 빠진 독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밑 빠진 독을 채우고도 남는 연못에 빠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려면]을 읽으면서 달마야 놀자 영화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사람은 밑 빠진 독과 같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그 누구로도 그 어떤 행위로도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완벽하게 채울 수가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어딘가 공허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대중의 인기와 명예를 얻고도 자살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로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가 사람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장수를 넘어 영생의 삶을 모색해 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과 영혼을 붙든 채 영원히 산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끔찍한 저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래 전 한 책에서 읽었거니와 이 책 끝자락에서도 알코올 중독자의 모임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라는 고백입니다.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 모두에게 공개합니다. 그 누구도 그를 정죄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문제 있는 사람이며, 알코올 중독자이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의 시작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기독교 용어로 바꾼다면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의 마음 속에서 아포리즘(경구)처럼 맴돌았던 문장이 있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독에서 자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최선의 길을 보여주는 아포리즘입니다.


"예수에게 중독되면

다른 모든 중독에서 자유케 되리라!"



예수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그 어느 중독보다 더 심각한 사슬에 매여 있던 사람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32


예수는 자신을 '진리'라고 선언하셨습니다(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요한복음 14:6). 예수가 모든 사슬에 매인 사람을 자유케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중독도 사슬이니 예수를 피해 도망갈 길이 없습니다. 모든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은 진리이신 예수로 말미암아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

고린도후서 3:17


하나님의 영이 계신 곳에 자유가 흘러넘칩니다.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힌 사람은 모든 중독에서 자유할 것이라고 사도 바울은 말씀하셨습니다.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려면]을 읽다보면 지면 빼곡히 하나님의 말씀이 자라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씀이신 예수, 말씀으로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묶인 쇠사슬, 중독이란 사슬을 끊어내고 자유를 주시는 예수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려면]은 중독이라는 끈질긴 쇠사슬을 끊어내시는 예수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이끌어 가는 책입니다. 중독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으신 분, 어쩌면 저처럼 카페인 중독에 시달리는 분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예수에게 중독되어 모든 중독에서 자유하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Zach Williams의 'Chain Breaker'라는 곡입니다. 

임재범씨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이자, 자주 듣고 흥얼거린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WtV1Xtqs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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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빠진 이야기
수나노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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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7년 5월 목요일 자정께였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수요일 저녁 예배당에 다녀오면서 먹었던 김밥이 체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실은 그 전날부터 속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종종 체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내도 나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기분 좋게 김밥을 먹고, 밤 시간을 호젓하게 보낸 후에 잠에 들었습니다. 세상 모르고 자던 나는 흔들어 깨우는 아내의 손길과 끙끙대른 소리의 합작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내가 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습니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손을 따고, 체할 때 주무르는 곳을 주물렀습니다. 목사라고 아픈 곳에 손을 얹고 기도까지 했습니다. 놀랍게도 기도 후 아내가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신유의 은사가 생긴 것일까? 라는 일종의 착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나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그것도 기도로 아내의 아픔을 낫게 했다는 일종의 자부심을 가지고 다시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2시쯤 아내가 다시 흔들어 깨웠습니다. 식을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고, 구푸린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배가 아파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병원에 가겠냐고 물으니 그렇겠다고 했습니다. 평소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는데 자발적으로 병원에까지 가겠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새벽에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나는 맹장염을 의심했고, 간호사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도무지 맹장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몸짓 발짓으로 설명했습니다. 간호사는 알았다는 말만 한채 나가버렸습니다. 아침에 의사가 와야만 한다는 말만 남기고 말이죠. 이 일이 미국 유학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이상하단 말만 들었지 실제 경험하니 한국과 너무 달랐습니다. 아침에 의사가 와서 진단을 끝내고 맹장염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내는 고통에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새벽 2시 반이 채 되지 않아 병원에 들어왔지만 오후 4시 정도에 겨우 수술을 시작했으니, 그 시간 동안 아내는 오롯이 고통당해야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아프면 참 난감합니다. 대략난감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수나노의 어깨 빠진 이야기를 읽으며 아내와 나의 웃지 못할 이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나와 아내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작가 수나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난감이란 말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난감함을 맛보았을 겁니다. 겁도 났을 것이고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경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가 수나노는 과테말라에서, 멕시코에서, 산에서, 호텔, 그 이외 자신의 어깨가 빠졌던 모든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그 사건이 생긴 정황과 주변 사건까지, 어깨가 빠지면서 생긴 에피소드까지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건이 수나노에게 기억할만한 사건이었기 때문이겠지요. 하긴 자신의 어깨가 빠졌고 그것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당했으니 쉽게 잊어버릴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어깨가 이렇게나 쉽게, 이렇게나 자주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습니다. 운동선수(축구선수 박주영, 격투기 선수 정찬성 등)들이 습관성 어깨 탈구 때문에 고통당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렇게나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쉽게 빠지고, 쉽게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무지의 탓입니다.


어깨 빠진 이야기에 얽인 사건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한다는 것이 이상하고 약간의 죄책감마저 들지만 실제로 재미 있었습니다. 수나노 작가가 이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의도한 바가 있다면 성공하셨습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의 아픔을 가볍게 대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글솜씨가 훌륭했기 때문이며, 어깨 빠진 이야기에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이야기가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어깨 빠진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입니다. 저자가 언제 어깨가 빠졌는지, 어느 나라(여러 나라에서 어깨가 빠졌습니다. 이 점도 매우 특별합니다)에서 어깨가 빠졌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깨가 빠졌는지 상세하게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깨가 빠진 사건과 촘촘하게 얽힌 이야기들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매우 솔직하게 썼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솔직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분으로 읽었습니다. 자기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릴 법한 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니 혈혈단신으로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넘나들었겠지요. 멕시코가 그렇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참 대단한 여성이다 싶었습니다. 이젠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는 아줌마의 대열에 합류하셨더군요. 자녀가 습관적으로 어깨가 빠질까봐 걱정하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게 써주셔서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전투력 만렙 여성의 이야기(본인은 손사래 칠 수 있겠지만)를 읽으며 이 땅을 살아가는 여성, 그것도 습관적으로 어깨가 빠지는 여성을 힘차게 응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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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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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구의 주인일까? 아니면 손님일까? 환경 문제를 접하면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대답은 인류는 주인이자 손님입니다. 지금 인류의 수자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볼 때 얼마든지 주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인류를 손님이라 보는 이유는 인류가 등장한 지가 그리 오래지 않았다는 점, 인류가 상당히 번성했지만 생명체의 일부에 지나치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라면 지구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집주인이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거나, 엉망진창으로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집에 유독 민감합니다. 자기집 갖는 것이 평생의 꿈인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바라고 바란 집을 장만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후에 집을 오물더미로 채우거나, 환기 한 번 하지 않거나,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예쁘고 아름답게 관리할 겁니다. 마음을 쏟아 관리할 겁니다. 자주 환기시켜서 신선한 공기로 내부를 채울 겁니다. 그것이 부족하다면 공기청정기라도 사서 공기를 깨끗하게 할 겁니다. 좋은 제품으로 실내를 디자인하고 머물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또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갈 겁니다. 당연한 이치입니다.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라면 지구를 그런 곳으로 가꾸어야 마땅합니다. 오물처리장이나, 쓰레기장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됩니다. 아무렇게나 사용하다가 폐기처분할 것처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자기 집을, 자기가 거주하는 곳을 그 따위로 만들지 않습니다. 인류는 지구의 주인답게 살아야 합니다. 지구를 아끼고 돌보아야 합니다. 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가꾸어 가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의 손님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인이 잠깐 빌려준 곳이라면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내 집이 아니라고 함부로 쓰면 곤란합니다. 나중 주인에게 엄청난 추궁을 당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상당한 손해 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주인이 너그러워도 자기 집을 엉망진창으로, 쓰레기 더미로 만드는 손님에게 호의를 베풀 수는 없습니다. 주인이 아니라면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넉넉해야 합니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함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구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학자마다, 정치 진영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말을 합니다. 관리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야생동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느 정도 환경의 훼손은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인류는 각고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구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객관적인 사실과 과학이 발견한 지표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라는 제법 긴 제목의, 조금은 긴박해 보이는 제목의 책입니다.



근래에 부쩍 지구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또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데이비드 월러스의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
출판: 부키
발매: 2021.04.27.

2050 거주불능 지구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출판: 추수밭
발매: 2020.04.22.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저자: 빌 게이츠
출판: 김영사
발매: 2021.02.16.

침묵의 봄

침묵의 봄
저자: 레이첼 카슨
출판: 에코리브르
발매: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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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2021.7.8 - 창간호
송용식 외 지음 / 마음시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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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깥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어떤 풍경일까요?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나는 어쩌다보니 한국 바깥에서 한국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학 기간동안 한국 바깥에서 한국사회를 지켜본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진짜 빠릅니다. 외국에 나갔다 들어온 경험이 있다면 한국 사회의 빠름에 화들짝 놀랐으리라 짐작합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나라 자체가 큰 도가니 같다는 느낌입니다. 특별하다 못해 특이합니다. 뭔가 하나가 유행하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어느 연예인 머리핀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옷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음식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빠른 사회 속에서, 도가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한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주목해 본다는 것이, 자연을 눈여겨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조금은 과한 표현일 수도 있고, 삶의 직격탄을 맞으신 분도 있고, 무엇보다 상실을 경험한 분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코로나 19는 무조건 재난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삶의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습니다. 주위를 더 많이 돌아보고, 주변 사람에게 더 많이 주목하고, 자연을 더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잠깐 멈추어 서서 생각하고, 삶을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책을 가까이 하고 시를 읊조리게 되었으니까요.



코로나 시대에 매우 특이하게 [마음시]라는 이름의 시잡지가 태어났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시잡지가 우리 곁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하루 한 편 시를 읽고 읊조리면서 삶을 관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에 주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7-8월호 창간호를 읽었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시를 여기저기서 만났습니다. 나는 자신을 부모님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흡혈자식으로 종종 묘사하곤 했습니다. 목사의 길을 걸어가며 재정적으로 늘 부모님에게 부담을 얹어드렸습니다. 두 번에 걸친 유학을 하면서 최대한 부모님의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려 했으나, 소작농이신 부모님은 자식놈 뒷바라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셨습니다.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것도 부족해 가슴에 돌덩이까지 떡하니 얹어놓은 나는 흡혈자식입니다.

이런 나의 가슴을 묵직하게 때린 이정하 시인의 "나는 강도다"를 만났을 땐 나도 모르게 '헉' 하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인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읊조리며 시인의 마음과 언어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한동안 그 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습니다.

하루 한 편씩 7월과 8월에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3분 길어야 5분이면 충분히 읽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마음을 울렁이는 시를 만난다면 하루 종일 울림이 있겠지요. 그 또한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시인이 참여했습니다. 각자의 시선으로 삶과 사랑,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고 시인의 언어로 곱게 담아냈습니다. 읽다보면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주변 사람에게 마음을 더 쏟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아낌없이 나눠주는 자연을 주목해서 보게 됩니다. 시인의 언어와 시선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 갑니다.

이제 곧 7월입니다. 속도에 함몰되지 않고, 주변에 이끌리지 않고 잠깐 멈추어 서서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삶을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과 자연을 더 주목해 보면 어떨까요? 내면이 단단해지고 부요해지면 지금의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고마운 시잡지 마음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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