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독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 책이 나왔습니다. 반갑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카페인 중독자이니까요. 책 표지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영어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Broken Chains" '끊어진 사슬' 또는 '사슬을 끊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영어 번역을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속설이 떠오릅니다. 딸랑 두 단어 번역이 이렇게나 어렵다니 저의 국어 실력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저자 마이클 그럽스는 중독을 원하지 않는 습관이라 정의합니다. 인간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성경에서 찾습니다. 그는 중독을 '무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여러 가지 행위(그것이 물질이든 행위이든)를 멈출 능력이 없고, 그 문제를 조절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독을 무능력의 개념으로 파악한 그의 통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는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을 면밀하게 조사한 후 '구덩이'라는 한 단어로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인간이 타락한 후 밑도 끝도 없는 구덩이가 두 개 생겼는데 그 구덩이가 중독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중독을 일으키는 첫 번째 구덩이는 관계를 위한 것입니다. 사람의 내면과 심리 매커니즘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고서는 내놓을 수 없는 대답입니다.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관계의 부재입니다. 밑빠진 독과 같이 깨진 관계는 중독을 일으킵니다. 버림 받고, 적응하지 못하고, 오해 받은 기분 등과 같은 공허함이 중독의 원천이라 말합니다(42p). 관계가 깨지면 그 깨진 관계를 보상하거나 메꾸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합니다.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중독되는 일이 일어나지요.
두 번째 구덩이는 목적, 의미 또는 영향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43p). 인간이 타락한 이후 하나님과 관계가 깨지면서 삶의 목적과 의미 방향에 심각한 왜곡이 생겼습니다. 삶의 목적, 의미, 방향을 상실한 사람에겐 공허함이 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공허함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인간은 어떤 물질이나 행위로 그 공허함을 메꾸려 안달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곧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