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매우 특이하게 [마음시]라는 이름의 시잡지가 태어났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시잡지가 우리 곁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하루 한 편 시를 읽고 읊조리면서 삶을 관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에 주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7-8월호 창간호를 읽었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시를 여기저기서 만났습니다. 나는 자신을 부모님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흡혈자식으로 종종 묘사하곤 했습니다. 목사의 길을 걸어가며 재정적으로 늘 부모님에게 부담을 얹어드렸습니다. 두 번에 걸친 유학을 하면서 최대한 부모님의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려 했으나, 소작농이신 부모님은 자식놈 뒷바라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셨습니다.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것도 부족해 가슴에 돌덩이까지 떡하니 얹어놓은 나는 흡혈자식입니다.
이런 나의 가슴을 묵직하게 때린 이정하 시인의 "나는 강도다"를 만났을 땐 나도 모르게 '헉' 하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인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읊조리며 시인의 마음과 언어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한동안 그 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습니다.
하루 한 편씩 7월과 8월에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3분 길어야 5분이면 충분히 읽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마음을 울렁이는 시를 만난다면 하루 종일 울림이 있겠지요. 그 또한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