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아프면 참 난감합니다. 대략난감이란 말이 딱 어울립니다. 수나노의 어깨 빠진 이야기를 읽으며 아내와 나의 웃지 못할 이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나와 아내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작가 수나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난감이란 말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난감함을 맛보았을 겁니다. 겁도 났을 것이고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경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가 수나노는 과테말라에서, 멕시코에서, 산에서, 호텔, 그 이외 자신의 어깨가 빠졌던 모든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그 사건이 생긴 정황과 주변 사건까지, 어깨가 빠지면서 생긴 에피소드까지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건이 수나노에게 기억할만한 사건이었기 때문이겠지요. 하긴 자신의 어깨가 빠졌고 그것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당했으니 쉽게 잊어버릴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어깨가 이렇게나 쉽게, 이렇게나 자주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습니다. 운동선수(축구선수 박주영, 격투기 선수 정찬성 등)들이 습관성 어깨 탈구 때문에 고통당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들은 적이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렇게나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쉽게 빠지고, 쉽게 넣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무지의 탓입니다.
어깨 빠진 이야기에 얽인 사건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즐거워한다는 것이 이상하고 약간의 죄책감마저 들지만 실제로 재미 있었습니다. 수나노 작가가 이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의도한 바가 있다면 성공하셨습니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의 아픔을 가볍게 대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글솜씨가 훌륭했기 때문이며, 어깨 빠진 이야기에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이야기가 재밌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