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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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모르면 간첩이 아닐까요? 이 전제가 성립된다면 나는 간첩입니다. 나는 BTS가 몇 인조 보이 그룹인지 모릅니다. 단 한 명의 이름도 모릅니다. 제자가 건네준 음악 파일에서 BTS의 음악을 몇 번 들어보긴 했으나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으니 그야말로 간첩 of 간첩입니다.

2019년 대학생 몇몇을 데리고 독일에 갔을 때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대학생과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도 단박에 아시아인. 서빙하시던 분이 물어왔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한국에서 왔고 독일 몇몇 곳을 둘러보고 갈 계획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서빙하시던 분은 반색하시며 한마디 날리셨습니다.

"BTS!!!"

조만간 독일에서 BTS 공연이 열린다고 했습니다. 자기 아들과 딸을 포함한 독일의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BTS에 열광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이 조금은 불편하셨던 모양입니다. 서빙과 잡담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BTS Concert's Ticket is too Expensive!!"


BTS가 K-Pop으로 세상을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국위 선양에 앞장서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아요. 2018년 대학생을 인솔하여 모로코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모로코 대학생이 'BTS'와 'BLACKPINK'를 포함한 K-Pop에 열광하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노래를 부를 뿐 아니라 함께 모여 안무까지 따라 하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K-Pop과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고 있으며, 한국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K' 열풍은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BTS와 K-Pop에 열광하며,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고,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는 판국에 나는 한국 사람이면서 그들의 음악을 듣지 않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아마도 간첩이 맞나 봅니다. 근래 시대에 뒤떨어진 나라는 생각에 쐐기를 박은 사건(?)이 생겼습니다. 어이없게도 책 때문입니다. 그것도 철학자의 책 때문입니다. 철학자 김광식이 BTS와 철학하기라는 책을 내버렸습니다. 아~ 이젠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습니다.





김광식은 BTS의 노래와 철학자를 연결시킵니다. 기가 막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잘 모르는 BTS의 노래와 나에게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과 사상을 접목시켰습니다. 철학자의 면면을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1. BTS vs 니체 : '피 땀 눈물'과 초인의 철학

2. BTS vs 하이데거 : 'On'과 죽음의 철학

3. BTS vs 프롬 : Dynamite'와 존재의 철학

4. BTS vs 하버마스 : 'Am I Wrong'과 소통의 철학

5. BTS vs 라캉 : 'Fake Love'와 욕망의 철학

6. BTS vs 들뢰즈 : '쩔어'와 리좀의 철학

7. BTS vs 보드리야르 : '등골 브레이커'와 시뮬라시옹의 철학

8. BTS vs 데리다 : '불타오르네'와 해체의 철학

9. BTS vs 롤스 : '봄날'과 정의의 철학

10. BTS vs 로티 :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아이러니의 철학

11. BTS vs 쿤 : 'We On'과 혁명의 철학

12. BTS vs 버틀러 : '상남자'와 젠더의 철학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BTS가 이런 철학을 이해하고 철학을 바탕으로 한 가사를 만들고 가사를 담아낼 멜로디를 만들었을까? 그들은 이런 철학 사조를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나 심오한 철학을 바탕으로 작사, 작곡, 안무를 구성한 걸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그도 아니라면 철학자 김광식의 해석일까?

글쎄요. 현재의 나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BTS를 몰라도 너무 모르니까요. 한 가지 확신하는 바는 이들의 음악과 세계관이 전 세계에 이렇게나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 그들만의 철학과 땀과 눈물과 피를 쏟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그들만의 철학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수고가 함께 어우러졌을 수도 있겠지요.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던 다른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나도 BTS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들의 음악과 노랫말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이 있는 판국에, 전 세계가 여전히 BTS에 열광하고, 한국을 방문하려는 이 시기에 지나치기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도 좋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때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BTS의 음악과 그들의 세계관을 탐색해 보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BTS 멤버와 팬클럽 ARMY, 방시혁을 포함한 하이브 관계자가 김광식의 [BTS와 철학 하기]를 읽으면 좋겠다는 소망입니다.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나 흐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과 세계관으로 조금 더 깊은 영향을 끼치길, 사람 사는 세상을 한켠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뚜렷한 철학과 사상이 바탕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생각을 더 날카롭게 가다듬길, 단지 노래할 뿐 아니라 노래한 대로의 삶을 살아내길 응원합니다.


자유는 가르칠 수 없다.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 뿐이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모든 생각과 행동이 

나로부터 말미암도록 산다는 건데,

그 '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자유롭게 사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자유롭게 사는 방식은 사는 이에 따라 

제각기 어울리는 방식이 따로 있다.

자유는 맞춤옷과 같다. 

똑같은 자유는 없다. 

저마다의 자유가 있을 뿐.

BTS와 철학하기 274-275p


BTS 팬이라면 꼭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나처럼 BTS 팬이 아니라도 이 시대의 흐름을 알고, 너무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싶은 분들도 사서 읽으시면서 BTS의 노래까지 함께 들어보시면 더없이 좋을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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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2022-2023 - 메디치 격년 Biennium 전망서
하지현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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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 벽두에 반갑지 않은 손님 COVID-19바이러스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2019년 중국 우한발 감기처럼 생각했습니다. 심각해봐야 얼마나 가겠나 싶었습니다. 어, 어, 하는 사이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잠식해버렸습니다.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습니다. 팬데믹이 선포되는 사이 대응이 안일하고 늦었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가 미국과 중국 눈치 보느라 늑장 대응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로나가 우리 생각을 훨씬 뛰어넘었고, 그 피해가 치명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빼앗긴 일상을 뒤로하고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었습니다. 감각이 상당히 무뎌진 면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불안감은 가실 줄 모릅니다.

우리의 내일,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 질까요? 우리는 어떤 내일을 예상해야 하고 어떤 삶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명쾌한 대답은 아니어도 방향성을 제시하거나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줄 누군가가 절실합니다. 이런 시대 요구에 반응하여 2022년과 2023년을 조심스레 내다본 책이 나왔습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메디치 출판사의 [촉 2022-2023]입니다.




책 제목이 보여주듯 메디치 격년(Biennium) 전망서입니다. 간단한 한 줄로 소개하자면 촉 2022-2023은 본격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22년과 2023년의 지형이 어떠할지 전망한 책입니다. 불확실성과 조절 불가능이 가져올 미래를 조심스레 그려본 책입니다. 저술에 참가한 저자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한국 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하지현 /

IT와 인터넷, 해외 사업, 빅데이터 분야에 종사했고 한국기업데이터 상임 이사로 일하는 고한석 /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미주개발은행 컨설턴트 경험이 빛나는 차현진 /

공공전략과 정치 캠페인 컨설턴트 윤태곤 /

젠더 이슈에 대한 비평집을 출간하고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 이선옥 /

역사, 과학기술, 대중문화 등 폭넓은 관심을 융복합 하여 글을 쓰는 임명묵/

여론조사 분석 및 선거 컨설턴트 한윤형/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이자 어른의 여행클럽, 트래블러스랩을 구축한 고재열/

플랫폼 노동의 확산, 사회보험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장지연/

에너지 전환과 정책 연구자이가 저술가 김선교.

간략하게 살펴본 저자의 면면은 이들이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2022-2023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진단하기에 충분한 자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각 분야의 저자가 진단한 위드 코로나 시대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현은 코로나 시대의 심리적 단상을 살피면서 코로나 3년 차를 맞이할 한국인의 마음속 상태를 진단합니다. 고한석은 다가올 미래의 위기와 기회를 논하면서 팬데믹 그리고 분열과 결합의 시대를 진단합니다. 차현진은 세계 경제, 윤태곤은 정치 풍경, 이선옥은 새로운 문화전쟁, 임명묵은 중국에 관한 청년의 시선, 한윤형은 K의 미래, 고재열은 여행과 여가의 미래, 장지연은 플랫폼 경제 시대의 노동, 김선교는 탈원전 혹은 탈-탈원전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After Covid -19는 2024년부터 시작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2022년과 2023년은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레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코로나가 새롭게 빚어놓은 다양한 층위의 변화를 목격할 것이고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After-Covid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견해가 다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두어야 할 곳과 삶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더불어 With-Covid, After-Covid시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메디치 출판사의 [촉 2022-2023]을 읽으며 위드 코로나,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잡한 시대, 낯설고 당혹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란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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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영화 100년사
안태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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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상상도 못한 일을 해낸 것과 다르지 않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라는 책을 받았을 때부터 호기심을 사로잡은 이 방대한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덮으면서까지 나의 입에서 추임새처럼 쏟아져 나온 말입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예전 서울 자양동에 살 때는 강변 CGV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심지어 12관에 개봉한 모든 영화를 다 관람해서 다음 영화 개봉을 기다려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에 환장한 사람처럼 영화에 몰입했던 때입니다.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부산에 살 때 쉬는 날이면 혼자 극장을 찾아서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면 오롯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어서 영화 보는 맛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많이 보니 영화를 보는 나 나름의 시선과 시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이 생기고,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더라고요. 공포물을 빼곤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두루 섭렵했습니다. 영화에 푹 빠져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라는 놀랍고도 충격적인 책을 만나기 전까진 말입니다.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영화의 상호 작용에 대한

집념의 기록

큰 글씨가 보여주듯 이 책은 진짜 집념의 기록입니다. 집념이 아니고서는 기록할 수 없고, 만들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 수 없는 기록을 담았습니다. 저자 안태근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함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1장에서는 한중일 영화의 유입과 교류에 대해 빼곡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워낙 초기의 일이라 자료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역사 자료를 구하고 취합하고 다듬어 냈는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2장은 연대별 영화계 현황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구분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안태근은 영화 역사 100년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충실하게 구분했을 뿐 아니라 연도별로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해당 해에 어떤 작품이 제작되었는지, 어떤 배우가 태어났는지까지 빼곡하게 조사했습니다.

아직 놀라기엔 이릅니다. 3장은 한중일 영화 소개입니다. 태동기, 성장기, 창조기, 암흑기, 쇠퇴기, 도약기, 모색기, 발전기, 침체기, 불황기, 회복기, 중흥기, 재도약기, 전성기, 황금기로 구분한 영화 시대 속에서 태동한 영화를 조사했습니다. 나로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영화 제목과 감독과 배우의 이름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 영화가 가진 의미까지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한중일 영화를 모두 섭렵했습니다. 모든 영화는 아니겠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했으니 그 수고와 노력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4장에서도 놀라움은 멈추지 않습니다. 4장은 영화감독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에 족적을 남긴 영화감독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감독에서부터 나와 같은 사람은 처음 보는 이름까지 유명 감독의 이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처음 만나는 감독이 더 많았습니다. 나는 영알못 - 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5장에서는 영화배우가 등장합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뛰고 설레는 배우, 추억을 강제소환해 주는 명배우의 이름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이소룡, 성룡, 홍금보, 주윤발,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이연걸, 견자단, 양자경, 왕조현 - 그러고 보니 홍콩 영화배우를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기록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를 빛낸 배우의 이름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행복했고, 추억이 밀려왔던 챕터입니다.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비롯한 대학생 시절 내가 감상했던 영화와 좋아했던 배우,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 뛰게 만들고 설레게 만들었던 배우의 이름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이 챕터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챕터입니다.

6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놓치는 영화 스태프를 만나는 장소입니다. 저자 안태근의 세심한 배려와 영화인 다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래전 황정민 씨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입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상은 배우가 받지만 정착 밥상을 차린 사람은 스태프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땀과 눈물을 흘리는지 알기 때문에 영광을 그들에게 돌렸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 안태근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스태프(작가, 제작자, 촬영기사, 연구가, 영화평론가, 촬영감독, 편집감독, 미술가, 조명 기사, 무술감독 등)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참 아름다운 챕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장소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 역사를 촘촘하게 기록한 집념과 수고가 페이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멋지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영화 관련 일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필독서로 삼아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영화학부에서도 교재로 삼을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분량과 탁월한 기록은 담아낸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방대한 작업을 해내신 저자 안태근에게 경의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멋진 책을 출간해 주신 글로벌콘텐츠 출판사에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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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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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그저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그 외 모든 것은 일종의 기다림이다. - 칼릴 지브란

과학은 복잡할까요? 과학은 이해하기 어려울까요?

나처럼 뼛속 깊이 인문계열에 속한 사람이라면 단박에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과학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고 보입니다. 궁금합니다. 알고 싶습니다. 호기심도 생깁니다. 그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처럼 보입니다. 오묘하기 짝이 없는 각종 공식과 양자물리학, 천체 물리학은 이름만 들어도 일단 머리부터 아파옵니다.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 놀음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습니다.

과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일까요? 과학을 조금 더 쉽게, 나와 같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나왔습니다.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자유로운 사고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이 문장은 다다 서재에서 보내준 글을 그대로 인용한 글입니다. 책 소개 글을 보면서 일단 마음에 평화가 흘러들었습니다. "온갖 수와 이해할 수 없는 공식이 난무하는 책은 아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다 서재에서 책을 소개한 문장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해 주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우주를 항해하기도 했고, 원자의 세상을 탐사하기도 했습니다. 나로서는 꿈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수리 세상을 탐색하기도 했으며, 과학이 윤리학과 이렇게나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개미가 살아가는 세상, 철새를 이끌었던 사람의 이야기,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항해하는 나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곤충과 동물의 세상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우리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학의 위대함과 섬세함에 탄성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총 5부(천공, 원자, 수리 사회, 윤리, 생명. 이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스물두 가지 이야기. 촘촘할 뿐 아니라 친절한 언어, 익숙한 이야기로 과학을 이야기합니다. 이해하기 쉽습니다.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어 줍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충분한 과학에 관한 영양분을 섭취한 기분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이라는 놀라운 이야기 앞에 설 때마다 겸손해지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지만 진짜 주인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듭니다.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인 노릇을 해야 하겠지요. 적어도 개미에게서 배워야 할 점도 상당해 보입니다. 세대를 거치면서 대륙을 건너가는 나비는 인류를 향해 우주를 항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학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엿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도 맛보았습니다.

겸손이 필요한 시대, 미래를 향한 꿈과 도전 정신을 품어야 할 이 시대, 21세기 최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보아야 할 멋지고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코스모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출판: 사이언스북스
발매: 2006.12.20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출판: IVP
발매: 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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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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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일상, 새로운 일상(New Normal)...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언어입니다. 코로나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갔습니다. 코로나 이후는 결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B.C와 A.D.라는 단어는 Before Covid와 After Diseaster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낯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고 새로운 일상을 기다리면서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기 전에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충실하게 살았어야 한다는 생각,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냈어야 했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면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고, 마음에 담고,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이미 꿰뚫어본 듯한 책이 나왔습니다. 천재적인 감각과 깊은 시선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낸 [개가 있는 계절]입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어느 날 학교로 찾아들어온 개 고시로와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고시로의 시선에서 본 사람의 이야기와 사람의 시선에서 본 고시로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교차되는 소설입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 고시로는 1974년부터 1985년까지 살았으며,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부키 유키가 살아간 삶의 한자리를 차지한 고시로의 이야기입니다.

고시로의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태어난 것은 가장 먼저 작가 이부키 유키가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관찰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고시로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눈으로 바라보고 작가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부키 유키가 담담하고 정갈한 언어와 문장으로 담아낸 [개가 있는 계절]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엮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전체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단편에는 당연히 견공 고시로가 등장합니다. 같은 학교가 배경이기 때문에 동문으로 선후배로 서로의 이야기는 엮어 있습니다. 예상한 대로 마지막에 가서는 고시로와 학교를 중심으로 모두가 모이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이라는 저마다의 소중한 시간을 살아낸 사람의 추억이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 곁을 지킨 견공 고시로의 시선을 섬세한 상상력으로 담아낸 작가의 상상이 아름답습니다. 개는 냄새를 잘 맡고 귀도 예민합니다. 특히 후각이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미스터 주]라는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거기에도 견공이 등장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견공의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견공 고시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꽃향기가 난다고 말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개에 비해 후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아름다운 향기가 날까?라는 질문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상상입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이 단순한 사실을 개의 시선에서 담아낸 작가 이부키 유키의 천재성이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일본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가 떠올랐습니다. 일상의 이야기,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겹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러브레터]가 준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소설 [개가 있는 계절]이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일상을 빼앗긴 나에게,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를 조금 더 깊숙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깨우쳐 주었습니다. 낯설고도 당혹스런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고, 삶을 그려나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중한지 가르쳐준 소설이었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인간성을 상실하기 쉬운 이때에 우리를 찾아온 고마운 소설입니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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