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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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일상, 새로운 일상(New Normal)...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언어입니다. 코로나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갔습니다. 코로나 이후는 결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B.C와 A.D.라는 단어는 Before Covid와 After Diseaster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낯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고 새로운 일상을 기다리면서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일상을 빼앗기기 전에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충실하게 살았어야 한다는 생각,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냈어야 했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면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고, 마음에 담고,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이미 꿰뚫어본 듯한 책이 나왔습니다. 천재적인 감각과 깊은 시선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낸 [개가 있는 계절]입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어느 날 학교로 찾아들어온 개 고시로와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고시로의 시선에서 본 사람의 이야기와 사람의 시선에서 본 고시로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교차되는 소설입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 고시로는 1974년부터 1985년까지 살았으며,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부키 유키가 살아간 삶의 한자리를 차지한 고시로의 이야기입니다.

고시로의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태어난 것은 가장 먼저 작가 이부키 유키가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관찰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고시로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눈으로 바라보고 작가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부키 유키가 담담하고 정갈한 언어와 문장으로 담아낸 [개가 있는 계절]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엮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전체 6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단편에는 당연히 견공 고시로가 등장합니다. 같은 학교가 배경이기 때문에 동문으로 선후배로 서로의 이야기는 엮어 있습니다. 예상한 대로 마지막에 가서는 고시로와 학교를 중심으로 모두가 모이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이라는 저마다의 소중한 시간을 살아낸 사람의 추억이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 곁을 지킨 견공 고시로의 시선을 섬세한 상상력으로 담아낸 작가의 상상이 아름답습니다. 개는 냄새를 잘 맡고 귀도 예민합니다. 특히 후각이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미스터 주]라는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거기에도 견공이 등장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견공의 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견공 고시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꽃향기가 난다고 말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후각이 뛰어난 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개에 비해 후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아름다운 향기가 날까?라는 질문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상상입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이 단순한 사실을 개의 시선에서 담아낸 작가 이부키 유키의 천재성이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일본 영화 러브레터(Love Letter)가 떠올랐습니다. 일상의 이야기,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겹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러브레터]가 준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소설 [개가 있는 계절]이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가 있는 계절]은 일상을 빼앗긴 나에게,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를 조금 더 깊숙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깨우쳐 주었습니다. 낯설고도 당혹스런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고, 삶을 그려나가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중한지 가르쳐준 소설이었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인간성을 상실하기 쉬운 이때에 우리를 찾아온 고마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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