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영화 100년사
안태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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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상상도 못한 일을 해낸 것과 다르지 않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라는 책을 받았을 때부터 호기심을 사로잡은 이 방대한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덮으면서까지 나의 입에서 추임새처럼 쏟아져 나온 말입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예전 서울 자양동에 살 때는 강변 CGV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심지어 12관에 개봉한 모든 영화를 다 관람해서 다음 영화 개봉을 기다려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에 환장한 사람처럼 영화에 몰입했던 때입니다.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부산에 살 때 쉬는 날이면 혼자 극장을 찾아서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혼자 영화를 보면 오롯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어서 영화 보는 맛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많이 보니 영화를 보는 나 나름의 시선과 시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감독이 생기고,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더라고요. 공포물을 빼곤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두루 섭렵했습니다. 영화에 푹 빠져 살았던 때가 있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라는 놀랍고도 충격적인 책을 만나기 전까진 말입니다.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영화의 상호 작용에 대한

집념의 기록

큰 글씨가 보여주듯 이 책은 진짜 집념의 기록입니다. 집념이 아니고서는 기록할 수 없고, 만들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 수 없는 기록을 담았습니다. 저자 안태근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함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1장에서는 한중일 영화의 유입과 교류에 대해 빼곡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워낙 초기의 일이라 자료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역사 자료를 구하고 취합하고 다듬어 냈는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2장은 연대별 영화계 현황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구분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안태근은 영화 역사 100년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충실하게 구분했을 뿐 아니라 연도별로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해당 해에 어떤 작품이 제작되었는지, 어떤 배우가 태어났는지까지 빼곡하게 조사했습니다.

아직 놀라기엔 이릅니다. 3장은 한중일 영화 소개입니다. 태동기, 성장기, 창조기, 암흑기, 쇠퇴기, 도약기, 모색기, 발전기, 침체기, 불황기, 회복기, 중흥기, 재도약기, 전성기, 황금기로 구분한 영화 시대 속에서 태동한 영화를 조사했습니다. 나로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영화 제목과 감독과 배우의 이름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 영화가 가진 의미까지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한중일 영화를 모두 섭렵했습니다. 모든 영화는 아니겠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했으니 그 수고와 노력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4장에서도 놀라움은 멈추지 않습니다. 4장은 영화감독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에 족적을 남긴 영화감독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감독에서부터 나와 같은 사람은 처음 보는 이름까지 유명 감독의 이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처음 만나는 감독이 더 많았습니다. 나는 영알못 - 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5장에서는 영화배우가 등장합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뛰고 설레는 배우, 추억을 강제소환해 주는 명배우의 이름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이소룡, 성룡, 홍금보, 주윤발, 주성치, 양조위, 유덕화, 이연걸, 견자단, 양자경, 왕조현 - 그러고 보니 홍콩 영화배우를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기록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영화계를 빛낸 배우의 이름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행복했고, 추억이 밀려왔던 챕터입니다.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비롯한 대학생 시절 내가 감상했던 영화와 좋아했던 배우,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 뛰게 만들고 설레게 만들었던 배우의 이름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이 챕터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챕터입니다.

6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놓치는 영화 스태프를 만나는 장소입니다. 저자 안태근의 세심한 배려와 영화인 다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래전 황정민 씨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입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상은 배우가 받지만 정착 밥상을 차린 사람은 스태프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땀과 눈물을 흘리는지 알기 때문에 영광을 그들에게 돌렸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 안태근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스태프(작가, 제작자, 촬영기사, 연구가, 영화평론가, 촬영감독, 편집감독, 미술가, 조명 기사, 무술감독 등)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참 아름다운 챕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장소입니다.


한중일 영화 100년 역사를 촘촘하게 기록한 집념과 수고가 페이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멋지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영화 관련 일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필독서로 삼아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영화학부에서도 교재로 삼을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분량과 탁월한 기록은 담아낸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방대한 작업을 해내신 저자 안태근에게 경의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멋진 책을 출간해 주신 글로벌콘텐츠 출판사에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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